[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침해당한 헌법상 기본권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헌법재판소가 31일 발표한 기본권과 헌법재판 기능에 관한 설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헌법상 주요 기본권 16개 기본권 중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 6552명 중 12.9%인 609명이었다. 60대가 15.6%로 가장 많아 노년층 삶의 질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어 40대(13.0%), 20대 미만(12.1%)순으로 나타났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우리 헌법 34조 1항에 규정된 기본권이다. 학계에서는 생존권으로도 부른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인간적 생존의 최소한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화를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해석하고 있다.
이어 '사생활 비밀의 자유'가 많이 침해당하는 기본권으로 지목됐다. 전체 응답자 중 11.5%인 543명이 답했다. 20대 미만이 14%로 가장 많아 청소년들에 대한 사생활 비밀의 자유 보호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가 12.9%, 30대가 11.8%로 뒤를 이었다.
통신비밀의 자유가 침해가 많은 세 번째 기본권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중 10%인 469명이 침해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50대가 11.8%로 가장 많았으며, 40대가 11.7%로 근소하게 뒤쳐졌다.
이와 함께 우리 국민 5명 중 4명이 헌법에서 정한 평등권이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10명 가운데 9명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 발표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적 권리가 현실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설문 응답자 중 81.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은 '사회지도층의 특권의식'(23.2%)과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문제'(20.8%)를 원인으로 꼽았다.
설문 참가자 10명 가운데 3명(30.5%)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69.2%)가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33.2%가 '불이익이 우려된다'고 답해 헌법소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다른 기피 이유로는 '변호사 선임비용에 대한 부담'(19.4%), '헌법소원 제도에 대한 부지'(16.3%), '헌법소원 신청 절차에 대한 부지'(14.5%)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갈등 수준에 대해서는 절대 다수인 95.6%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갈등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이념(정치)갈등(48.3%)과 계층(세대)갈등(30.6%)을 지목했다.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다양한 가치관에 대한 존중과 배려'(35.9%)가 가장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헌법 정신과 법질서 존중'(각 29.6%, 45.0%)이 우선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국민 절반 이상이 헌법재판의 역할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 보호'(53.3%)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권력에 대한 통제(19.0%), 사회적 갈등 해소(15.5%), 헌법 수호(12.1%) 등의 순으로 답했다. 연령별로도 모든 연령대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고 우선 선택했으며, 40대 이하는 권력에 대한 통제를, 50대 이상에서는 헌법 수호를 각각 2위로 꼽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헌재가 지난 7월15일부터 한 달 간 재판소 홈페이지와 광주·부산·대구·전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4개 헌법재판소 지역 상담실에서 실시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규정이 현실적으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 현황. 자료/헌법재판소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