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지난해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15일 밤 다시 한 번 국내 관객 앞에서 쇼팽과 함께 호흡했다. 흐트러지지 않는 특유의 집중력으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섬세함을 고스란히 전하며 관객을 시종일관 숨죽이게 만든 무대였다.
조성진의 국내 무대는 지난 2월2일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이후 5개월 만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콘서트 프로그램이었던 이날 공연에는 '하나 클래식 시리즈 II 서울시향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이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역시 1부는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결선 연주곡이었던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Op.11으로 꾸며졌다.
이날 무대는 콘서트 티켓이 11월 티켓 오픈 당시 바로 매진되는 등 세간의 큰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공연이었다. 정명훈 전 서울시향 상임 지휘자의 사임으로 지휘자를 변경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다행히 무대에 대신 오른 런던 왕립음악원 교향악단 수석객원지휘자 얀 파스칼 토틀리에는 상임 지휘자의 공백을 무색케 할 만큼 조성진, 그리고 서울시향과 긴밀히 호흡하는 모습이었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서울시향과 함께 연주 중인 조성진. 사진/서울시향
조성진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중 1악장에서 장엄함과 유려함을 오가는 오케스트라의 도입부 이후 감미로우면서도 때로는 기개 있고, 또 한편 애수도 띠고 있는 젊은 날의 서정을 전달했다. 신중하고 섬세한 타건이 가장 빛난 것은 2악장에서였다. 쇼팽 특유의 낭만적 감성이 넘치는 이 악장에서 조성진은 마치 섬세한 유리라도 다루는 듯 건반을 어루만지며 극도로 아름다운 연주력을 보였다. 이어 경쾌하고 화려한 기교로 무장한 3악장으로 마무리 됐다. 관객의 계속되는 환호에 보답하고자 준비한 앙코르곡은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5번 중 '사라방드'였다. 조성진은 앞서 쇼팽 곡의 감성을 이어가려는 듯 느리고 우아한 연주로 박수에 화답했다.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번 F단조, Op.36을 서울시향이 연주했다. 지휘자의 역동적인 지휘 아래 서울시향은 호른을 시작으로 한 관악기들의 웅장한 선율에서 현악기의 고뇌에 찬 선율, 감미로운 목관악기의 선율로 이어지며 파국의 과정을 그리는 듯한 1악장을 훌륭히 표현해냈다. 오보에 연주로 시작되는 우울한 기운이 인상적인 2악장, 현악기의 피치카토와 관악기의 스타카토가 어우러지며 마치 어슴프레한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3악장, 앞의 악장들에 담아냈던 고뇌를 끝내 폭발시키는 듯한 4악장으로 매끄럽게 이어갔다.
지휘자 얀 파스칼 토틀리에의 이해하기 쉬운 해석이 공연의 설득력을 더했다. 아버지인 첼리스트 폴 토틀리에를 따라 1980년에 한 번, 그리고 1991년 얼스터 교향악단과 함께 또 한 번 한국에 방문한 적 있는 지휘자 얀 파스칼 토틀리에는 25년 만에 찾은 한국 무대에서 열정 넘치고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공연 중에는 악장 사이,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의 악기에 잠시 문제가 생기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토틀리에는 바이올린을 번쩍 들어보이는 제스처를 취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기도 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