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급성 백혈병과 괴사성 근막염으로 사망한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8일 고 이우재(사법연수원 20기·사망 당시 48세)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아내 권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종보상금부지급결정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현대의학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급성 백혈병의 발병 원인이 된다고 보기 어렵지만 망인은 급성 백혈병 입원과 진단 후 불과 4일 만에 사망했고, 이는 급성 백혈병 환자의 일반적인 생존 기간 등을 고려해봐도 발병 이후 단기간 내에 사망한 것”이라며 “직접 사인인 패혈증 발병 원인이 급성 백혈병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진료기록 감정의도 패혈증 발병 원인으로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독립된 외부 감염에 의한 괴사성 근막염의 발병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고, 망인의 사망 전 업무수행 내역과 정도 등에 비춰 상당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으로 보여 면역력 저하가 감염원과 함께 감염 진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망인의 경우 급성 백혈병과는 독립적으로 감염이 발생한 후 누적된 직무상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감염이 괴사성 근막염으로 악화돼 패혈증을 발병시켰거나, 적어도 이러한 괴사성 근막염이 급성 백혈병과 중첩적으로 작용해 패혈증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이와는 다른 취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2014년 1월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이튿날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이 전 부장판사는 당시 재판장 업무 뿐만 아니라 법원의 민사집행 주석서 편찬, 법무부 민사집행법 개정위 관련 업무 등을 병행하면서 수개월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다. 유족은 공단에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이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씨가 평소 백혈병이나 괴사성 근막염의 원인이 되는 기저질환을 보유했다고 볼 만한 자료나 이씨의 평소 생활습관에 의해 사망이 유발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공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직무상 과로, 스트레스로 인해 급성 골수성 백혈병 또는 괴사성 근막염이 발병했다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속하게 악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격무로 인해 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쳤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도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