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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상고 취하한 긴급조치 피해자도 국가가 배상해야"
"민청학련 당시 국가 위법행위 인정"
입력 : 2016-06-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1974년 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당시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기소된 피해자가 상고를 취하해 유죄가 확정됐더라도 이후 재심을 통해 수사기관의 위법행위가 인정돼 무죄가 확정됐다면 국가는 그 피해자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민청학련 사건 당시 내란음모와 긴급조치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0년이 확정됐다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권일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권씨가 민청학련 관련 내란음모와 긴급조치위반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된 뒤 기소됐고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확정 받은 점, 체포 당시 수사기관은 권씨에게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거나 가족에게 권씨의 체포와 구속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권씨가 항소하면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협박과 강요,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에 의한 것이고 신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5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민청학련 수사 과정에서 광범위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권씨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것은 수사기관이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해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돼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이와는 달리 수사기관의 위법행위에 대한 증명이 없다거나 권씨가 상고를 스스로 취하했다는 이유로 국가배상 책임을 부정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권씨는 서울대 지리학과 4학년 재학 중이던 1974년 5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불법 체포·감금된 뒤 가혹행위를 당하고 내란음모와 긴급조치 1, 4호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권씨는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되자 상고했다가 취하해 같은해 10월 형이 확정됐다. 권씨는 이후 283일간 복역하다가 1975년 2월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그 뒤 권씨는 2013년 8월 수사기관의 불법적인 체포와 감금, 기소로 징역형을 받았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등법원은 내란음모죄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은 때’에 각각 해당한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고 이듬해 1월 무죄가 확정됐다.
 
권씨와 가족들은 무죄가 확정되기 전 국가를 상대로 불법 체포와 감금 등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고, 1심은 권씨 등의 청구를 받아들여 “국가는 권씨와 가족들에게 총 1억9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국가가 항소했는데 항소심은 “재심 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된 것은 유죄의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지 수사기관의 위법행위가 인정됐기 때문으로 볼 수 없고, 권씨 스스로도 상고를 취하한 것을 보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권씨 등이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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