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현장에서)고 김관홍 잠수사의 죽음에 부쳐
입력 : 2016-06-19 오후 12:35:18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20대 총선 이틀 전이던 지난 4월11일, 기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후보(서울 은평갑)의 차량에 탑승해 반나절 정도 선거운동 동행취재를 했다. 박 후보가 차에서 내려 한 경로당으로 갔을 때, 근처에서 수행비서와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던 기자에게 운전기사가 무뚝뚝하게 말을 걸어왔다. “나 솔직히 기자들 안좋아하지만…기자 양반, 기사 잘 써주쇼.” 내가 무심결에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다"고 답할 때 박 후보가 차로 돌아오면서 짧은 대화는 끝났다.
 
가슴에 세월호 배지를 달고 있던 그는 박 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김관홍 잠수사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 두달 이상 선체 수색작업에 투입됐던 그는 이후 잠수병과 디스크 등 후유증에 시달리며 본업인 잠수를 포기해야 했다.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하면서도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에 참여했다. 청문회나 국정감사에 나가 증언하는 것을 본 기자들이 연락해와서는 자신을 이용하기만 하고, 제대로 된 보도는 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말을 캠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 그랬던 그가 잠시나마 언론을 향한 울분을 내려놓고 내게 부탁을 해왔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 박 후보의 당선은 후보 본인만큼이나, 어쩌면 더욱 절실한 것이었다.
 
그가 선거 두달여 후인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의 화원 비닐하우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동안 고인이 감내해야 했을 고통과 절망, 인내의 크기가 어떠했을지 기자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이 지난 18일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역촌동 서북병원 장례식장에 모여 흘린, 미안함 가득 담긴 눈물을 보며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박주민 의원은 “힘들지만 잘 지내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엄청 울었다”며 “하지만 오늘부터는 슬프더라도 밥 잘 먹고 힘내서 김 잠수사님이 절실하게 생각하던 일을 반드시 할 것”이라며 애도했다.
 
동행취재 당시 또 하나의 에피소드. 운전 중 누군가와 통화하던 그가 갑자기 통곡을 했다. 이유를 묻자 “아는 동생 한명이 잠수하다가 죽었대요. 우리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 못해”라고 울며 답했다. 동료의 허망한 죽음에 허탈해하던 그도 허망하게 갔다. 그는 “양심적으로 세월호 수색현장에 간 게 죄다. 앞으로는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말라. 정부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 말대로 사람들이 남의 일에 아파하지 않고 남을 돕기 위해 나서지 않을 것 같은 불안은 기자만의 것일까. 김훈은 소설 <남한산성>에서 병자호란의 난리 속에 왕실의 위패를 들고 강화도로 들어온 늙은 선비가 자살 전 남긴 유서의 글귀를 이렇게 썼다. "아들아, 너는 목숨을 귀하게 여겨 몸을 상하게 하지 마라. 고향에 조용히 엎드려서 세상에 나오지 마라."
 
19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 서북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김관홍 잠수사 발인식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가운데)과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오른쪽) 등이 고인을 운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정치부 기자
최한영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