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의류제조업체가 매장만을 마련해주고 상품 판매로 얻는 수익을 일정비율로 분배받는 이른바 ‘중간관리점주’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첫 판결이 나왔다.
중간관리계약은 최근 업계에서 백화점 등을 이용해 상품을 판매하는 흔한 방식으로 관행화 돼 있기 때문에, 유사 소송에서 이번 판결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0단독 임창현 판사는 김모씨가 의류 제조판매 업체인 C사를 상대로 "퇴직금 등을 지급하라"며 낸 임금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와 C사가 맺은 중간관리계약에 의하면 매장시설물과 상품소유권은 C사에 있고, 김씨는 C사로부터 받은 상품의 위탁관리를 맡아 판매 상품에 대한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가 본인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중간관리점 내 직원을 직접 채용해 인건비를 부담한 사실 또한 인정된다"며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김씨는 C사와 종속적 관계라고 볼 수 없어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퇴직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09년 3월 C사 직영점의 매니저로 근무하다가 2013년 11월부터는 C사와 중간관리 계약을 맺고 NC웨이브백화점 전주객사점의 중간관리점을 운영했다. 계약상 백화점 매장 임차는 C사가 해줬고, 김씨는 보증금 명목으로 임치금 1000만원을 C사에 지급했다. 월급 대신 상품 판매수익에 따른 수수료를 매월 일정비율로 분배 받았다.
이후 C사가 경영난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임치금 1000만원과 3개월치 판매수수료 990여만원, 퇴직금 390여만원을 받지 못하다가 C사의 회생계획에 따라 임치금과 판매수수료 중 일부인 330여만원을 받았다. 이에 김씨가 근로자 지위를 주장하면서 C사를 상대로 퇴직금 등 나머지 들인 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0월 서울고법에서 근로자성을 부정한 백화점 위탁판매업자 사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위탁판매는 매장 임차는 물론 운용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거나 위탁판매자와 분담하더라도 더 많은 비율로 부담한다. 매장 내 집기 등도 회사가 공급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간관리점주는 매장 임차를 제외한 모든 비용을 관리점주가 부담한다. 상품 판매수익 중 일정 비율로 수수료를 받는 부분만 위탁판매업자와 같다. 위탁판매업자의 근로자 인정에 대한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위탁판매업자 사건과 이번 중간관리점주 사건을 모두 대리한 법무법인(유한)바른의 문기주 변호사는 "위탁판매업자와 중간관리점주는 회사 직영매장 근로자와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주의 중간 형태로, 업계에서 관행화 돼 있다"며 "중간 형태의 업자들에 대한 법적 지위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 이번 판결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