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구명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정운호 게이트’핵심 브로커 이모(55)씨가 도피생활 중 홍만표(57) 변호사와 수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하고 법적 조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2일 이씨가 체포 직전까지 법적 조언을 듣기 위해 홍 변호사와 수차례 통화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씨는 홍 변호사가 자신에게 자수를 권유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홍씨는 고교 동문으로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다. 정 대표도 이씨가 홍 변호사에게 연결해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홍 변호사는 이씨가 체포되기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씨는 홍 변호사와의 통화 배경에 대해 “믿고 의논할 사람이 없어서 고교 선배(홍 변호사)에게 전화해 상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홍 변호사가 이번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와 홍 변호사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들인 만큼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집중 조사 중이다.
이씨는 지난 20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교보생명 사거리에서 체포됐다. 긴급체포가 아니라 경찰에 본인이 자수의사를 표시한 뒤 검찰에 체포됐다.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가지고 있던 현금을 모두 썼고, 자수하면 감경 여지가 있다는 검찰의 설득을 듣고 자수를 결심했다"고 자수배경을 밝혔다.
이씨는 수배를 피해 도피 중 전주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앞서 구속된 최유정(46·여) 변호사와는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재판 단계에서 정 대표를 위해 50억원을 받고 구명로비를 벌인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지난 13일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정 대표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역내 매장을 늘려달라는 청탁과 함께 로비자금으로 9억여원을 받고 로비를 시도한 혐의(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또 유명 트로트 가수의 동생 조모씨로부터 3억원을 빌리고도 갚지 않은 혐의(사기)도 함께 받고 있다.
이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모두 시인하면서도 정 대표로부터 받은 돈을 서울메트로 관계자 등에게 전달하지 않고 자신이 생활비와 유흥비로 모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적어도 홍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으며, 자신은 정 대표의 청탁을 실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진술이다. 이렇게 되면 적용되는 혐의 중 재판단계에서 혐의를 벗거나 양형에서 유리한 요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수를 결심한 것도 이씨에게 유리한 정황이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 출신인 홍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 2과장, 수사기획관 등으로 활동한 특수수사 전문가다. 검찰로서는 이씨를 통해 홍 변호사와 이번사건의 관계를 특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홍 변호사에 대한 소환이 늦어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중 이씨에 대해 사기와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홍만표 변호사 사무실. 사진/뉴스1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