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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 가능할까?
대법원 공개변론...검찰-변호인 ‘칼날’ 공방
입력 : 2016-05-19 오후 9:07:45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구강악안면외과’는 치과의사 진료영역이다. 안면은 치과영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안면 미용성형이나 재건을 위한 외과행위는 치과의사에게 허용돼야 한다.”(홍석범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치과 의료행위는 치아와 구강조직의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하는 행위로 제한된다. 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시술은 법 위반이다.”(김해수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검사장)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하는 것이 위법인지를 두고 19일 열린 대법원 공개변론에서는 검찰과 피고인인 치과의사간의 날선 공방이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날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은 검찰과 변호인, 참고인들에게 치과의사가 환자의 눈가와 미간 주위에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를 주입한 행위가 의료법에서 규정한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해당하는지 등을 두고 송곳 질문을 퍼부었다.

 

이번 사건은 치과의사 정모(48)씨가 2011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에 내원한 환자 2명에게 대상으로 눈가와 미간에 보톡스 시술을 해 주름치료를 한 것을 검찰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1, 2심은 정씨의 시술이 치외과적 시술을 벗어난 것으로 유죄라고 판단해 정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의료법은 면허받은 사항 이외의 의료행위를 처벌하면서 치과의사의 임무에 관해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치과의료에 해당하는지 규정하지 않고 의료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도 일반의사와 치과의사의 의료행위 범위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1972년대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이 당시 대법원은 치과의사의 미용성형 수술을 무죄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1974년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판결은 폐기됐다. 42년 전이다.

 

2심에 불복한 정씨가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 같은 의료법상 공백과 시대상황의 변화 등을 고려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도 이 부분이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19일 오후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 사건' 공개변론에서 변호인측 참고인이 진술하고 있다. 사진/대법원

 

이날 오후 2시20분부터 시작된 공개변론은 양 대법원장에 이어 변호인과 검찰의 의견진술, 참고인 의견진술, 대법관 질문, 마무리 변론 순으로 2시간 동안 이어졌다.

 

변호인과 검찰 양측의 의견진술부터 기싸움이 팽팽했다. 홍 변호사는 “‘구강악안면외과’는 치과의사의 진료영역이고, 안면은 치과영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안면 미용성형이나 재건을 위한 외과행위는 치과의사에게 허용돼야 한다”며 정씨의 보톡스 시술행위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보톡스 약제의 한시적인 효과와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주입량이 미량인 점, 치과의사는 많은 교육과 수련을 통해 보톡스 시술이 익숙한 시술인 점 등을 종합하면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은 보건위생상 위해를 높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검사장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치과 의료행위는 치아와 구강조직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된다”며 이를 넘어선 성형목적의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 면허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맞받았다.

 

또 “외국의 ‘구강악안면외과’ 의사와 우리나라 치과의사의 의료행위가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외국의 개념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양측 참고인 진술 공방은 더 뜨거웠다. 변호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부규 서울아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구강악안면’은 구강과 악 및 안면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구강악안면외과의 원류인 독일과 미국에서 그런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구강악안면외과는 치과의 가장 오래된 전문과목으로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학회의 역사가 오래됐다”며 홍 변호사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 교수는 특히 “치과대학 교과과정과 국가시험, 수련과정 등에서 모두 악안면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배우고 실습하고 있다”며 “1987년 미국 FDA 승인 후 단 1건의 사망사고도 보고되지 않았고 부작용도 일시적이어서 보톡스 시술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보톡스 부작용에 대해서는 치과의사가 충분히 대처 가능하고 더구나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 필수적 시술로, 세계의 치과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다”며 “미용목적의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 수련교과과정에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와 함께 “치과의사의 안면 미용성형과 재건을 위한 치료를 금지한다면 전국 구강안악면외과의사들의 정당한 진료행위가 불법치료로 치부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검사 측 참고인으로 나온 강훈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우리나라 일반인의 상식과 사회통념상 치과의사의 진료범위는 치아와 구강에 제한된다”며 “외국도 치과의사의 진료범위를 치아와 구강 영역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과 우리는 의사면허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위국의 ‘악안면’에 대한 정의를 국내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구강악안면의 정의를 눈가나 미간을 포함하는 안면 전체로 확장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면허 체계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톡스에는 다수의 부작용이 있고, 치과의사는 전신질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개별적인 부작용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검사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참고인 진술 후 양 대법원장은 이 교수에게 “막연히 안면이 치과 의료의 대상에 속한다는 이유로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니냐”고 물었고 이 교수는 “치과 의사가 안면 모든 부분을 다룰 수는 없다”며 “치과대학 교육 내용 등을 고려해 보면, 안면부 외상, 안면부 재건, 안면부 기형, 안면부 미용성형 등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는 의료행위, 예를 들어 시각, 청각, 후각의 기능을 치료하는 의료행위나 전신적인 질환을 치료행위 등은 치과의료 행위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이 “의료법에 아무 정의규정이 없는데도 이에 대한 진료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생각지 않는가”라고 묻자 강 교수는 “모든 치과의사들이 구강악안면 외과 의사가 아니고 구강악안면 외과 의사라고 하더라도, 외국과 같이 이중면허를 갖고 있지 않다”며 “치과는 치과와 구강 보건을 담당하면 되고 의사는 전신의 건강을 담당하면 되는 것이지 그 이상의 확대해석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법원은 이번 공개변론의 내용과 사건 기록 등을 토대로 전원합의체의 합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후 판결 선고기일을 따로 지정해 양측에 이를 통지할 예정이다. 이날 공개변론은 생중계됐으며 사상 최초로 수화통역이 지원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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