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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도시재생 아이디어를 엿보다
'공장 굴뚝에 예술이 피어오르다' 곽대영·한아름 지음|미세움 펴냄
입력 : 2016-04-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도시를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도시재생' 개념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입니다. 국내에서도 도시재생 사업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도시의 문제를 발견하고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또 문화의 힘을 빌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계점 역시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도시재생이 여전히 재개발 패러다임에 묶여 기존 거주자들을 배제하는 식으로 진행되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두는, 도시재생의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럴 땐 유행을 따르듯 무작정 도시재생에 나서기보다는 먼저 여러 다른 도시들의 성공 사례들을 꼼꼼히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오늘 '뒷북' 코너에서 소개할 책 '공장 굴뚝에 예술이 피어오르다(곽대영·한아름 지음, 미세움 펴냄)'가 그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공간에 쌓인 이야기와 지금의 이야기를 포개다
 
공저자 중 한 명인 곽대영 교수는 책의 기획 의도와 관련해 "20세기에는 도시 환경이나 건물에 대한 관점이 단지 건물의 기계적인 요소만 중시하고 쉼터에 대한 고려가 없는 등 산업화라는 한쪽 방향에 쏠렸지만 21세기로 넘어가면서 시각이 다변화되고 인간을 위한 디자인, 건축, 환경 쪽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됐다"면서 "사회 자체가 이런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게 감지됐고, 그런 가운데 해외 사례를 취합해 책으로 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원래는 가까운 아시아권 국가들의 사례를 다루려 했지만 아무래도 보편적으로 더 알려져 있는 유럽권의 사례들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합니다. 향후 기회가 되면 우리와 좀더 비슷한 문화권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는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으로 범위를 넓혀 책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네요.
 
디자인 전문가인 저자들은 책 속에서 'Re'를 키워드로 삼아 'Re:use', 'Re:vival', 'Re:vitalization', 'Re:newable'로 몇몇 도시의 사례를 나눠 소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Re:use'에서는 문화와 역사를 재해석한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사용가치는 떨어졌지만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물인 산업유산이 쇠락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의 중요한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용도가 폐기된 수력발전소와 더 이상 가동하지 않는 화력발전소가 복합문화시설이나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사례들이 대표적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영국 런던의 와핑 프로젝트과 테이트 모던, 스웨덴 말뫼의 현대미술관, 핀란드 헬싱키의 카펠리 등이 소개되는데요. 이 중 와핑 프로젝트는 호주 출신 아트디렉터인 줄스 라이트에 의해 19세기의 낡은 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경우입니다. 와핑 프로젝트 건물은 2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1층에는 레스토랑인 와핑푸드가, 지하에는 다양한 종류의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가 자리잡아 도시의 관광 자원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네요.
 
'Re:vival'에서는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활력을 주고 있는 사례들이 소개됩니다. 아무 의미가 없고 조용하며 지루해보이던 공간을 새로운 가치를 지닌 장소로 변화시킨 경우들인데요. 덴마크 코펜하겐의 니하운,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코그쉬르코고르덴, 핀란드 헬싱키의 템펠리아우키오 키르코 등이 그 예들입니다. 이 중 니하운은 과거 선원들이 휴식을 즐기던 싸구려 선술집이 모여 있던 거리인데, 수변공간의 특징을 살린 명소로 다시 태어난 곳입니다. '새로운 항구'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니하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점점 쇠퇴해갔으나 이후 소비와 즐김을 위한 장소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버려져 있던 선술집들이 아늑한 레스토랑으로 변모하는 등 주어진 환경조건에서 가치를 새롭게 창출해낸 점이 인상적입니다. 
 
'Re:vitalization' 부분에서는 도시 커뮤니티의 새로운 활력을 통해 도시의 불균형을 해결하려는 사례들이 나옵니다. 주거단지 개념에서 벗어나 도시 커뮤니티를 탄생시켜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사례들이라 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는 영국 런던의 바비칸, 핀란드 헬싱키의 아라비안란타, 덴마크 코펜하겐의 외레스타드 시티 등이 언급됩니다. 이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심한 폭격을 맞아 폐허로 변해버렸던 바비칸 지역의 사례가 눈에 띄네요. 이후 런던시가 장장 27년에 걸쳐 복구해 주거지역, 호스텔, 대형 콘서트홀, 극장, 전시관, 영화관, 도서관, 레스토랑 등이 모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특히 런던의 대표적인 문화 콤플렉스인 바비칸 센터도 이곳에 위치하는데요. 주거공간과 문화공간으로 동시에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Re:newable'에서는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를 지향하며 환경보존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의 개념을 도입한 사례들이 소개됩니다. 스웨덴 말뫼의 Bo01 프로젝트, 스웨덴 스톡홀름의 하마비 허스타드 등이 그 예인데요. 말뫼의 Bo01 프로젝트의 경우 쓰레기 매립지였던 항구시설을 지역에서 생산된 100%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탄소 제로 도시로 탈바꿈한 사례입니다. Bo01은 스웨덴어로 '거주하다'는 뜻의 'Bo'와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된 2001년의 '01'을 합성한 단어라고 하는데요. 이곳에서 전력은 바람, 태양, 물, 바이오가스 등을 이용해 생산됩니다. 또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판은 열 공급을 위한 에너지를 생성하기도 합니다. 오염만이 가득했던 도시가 탄소 제로 도시로 거듭나는 데 성공한 셈인데요. 바다와 운하가 접해있는 이 지역에는 3개의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공원이 조성돼 있기도 합니다. 환경과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가치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해외 도시재생 사례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북유럽 구석구석의 이야기까지 전달하고 있다는 게 이 책의 매력입니다. 자세히 보면 책 제목에 '북유럽 도시재생'이라는 수식어를 작게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곽 교수는 "디자인 관점에서 보면 대중에 노출이 많이 되어 있는 지역은 영국 같은 곳이다. 하지만 또 실질적으로 보면 북유럽은 오랫동안 자연과 인간 중심의 건축, 환경을 중시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주목할 만한 오브제적인 결과물들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각 지역의 도시재생이 어떤 맥락에서 주목받아 마땅한 것인지 분석하는 것은 물론 사진 자료도 풍부하게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이 돋보이는데요. '알면 보인다'는 말이 있지요. 만약 이곳 도시들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각 지역 명소의 역사적 맥락을 먼저 파악해보기를 추천합니다. 아마도 여행이 훨씬 더 보람차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서는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땅에서 도시재생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곽 교수는 "아직까지도 도시재생 사업이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단지 거주만을 위한 '닫힌 공간'에 머물고 있다. 여전히 우리는 재개발에 나서면서 낡은 건물을 없애고 그 대신 성냥갑 같은 아파트만 높이 세우고 있다. 최대 용적률을 확보하기 위해 높이만 높아지고 건물 간격은 더욱 조밀해져 오히려 그 전보다 더 답답한 상황이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국가나 지자체의 인식 변화가 중요한 상황인데요. 곽 교수는 "숲이나 공원 등 공공의 쉼터 같이 모두가 만나서 모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의 개념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녹지공간이라는 요소는 정부가 앞장 서서 제시하고 강조해줄 때 더 활발하게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성공한 도시재생 사업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긴 시간에 거쳐 진행되면서 본래 공간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빌딩 숲 도시를 넘어서 다음 세대를 바라보는 도시 풍경을 계획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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