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일본의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둔화에 엔화 강세 여파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입 역시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보여 전문가들은 무역 지표 부진이 1분기(1~3월, 회계연도 2015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수출, 전년비 6.8% 감소
20일 일본 재무성은 3월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예상치인 6.9% 감소를 웃돈 것이나 직전월의 4.0% 감소보다는 악화된 결과다.
이로써 일본의 수출액 증가율은 6개월째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10월 -2.1%를 기록했던 증가율은 11월과 12월 각각 -3.3%, -8.0%를, 올해 1월과 2월에도 각각 -12.9%, -4.0%를 보였다.
지난달 수입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9% 급감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 예상치인 16.2% 감소를 웃돌았지만 직전월의 14.2% 감소를 하회한 결과다. 이로써 수입액 증가율 역시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갔다.
3월 무역수지는 7550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직전월의 2430억엔 흑자를 웃돈 것이나 시장의 예상치였던 8350억엔에 못 미쳤다. 다만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보다 커진 ‘불황형 흑자’ 구조를 이어갔다.
해외 수요 급감·엔화 강세가 주원인
3월 수출 부진은 해외 수요의 급감과 엔화 강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 줄었다. 아시아 신흥국으로의 수출도 9.7% 급감했으며 대미 수출도 5.1% 감소했다.
엔화 강세가 이어진 것도 수출 가격을 높여 일본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엔화는 달러 당 111.39~114엔 구간을 유지하면서 2월에 이어 절상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이 기간 스마트폰 등 제조품 생산이 현격히 감소하면서 전자부품에 대한 수요도 크게 줄어들었다.
토쿠다 히데노부 미즈호리서치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 경제의 회복세 지연, 아이폰 생산 급감 등에 따른 일본 제조업체의 타격이 지난달 수출 약세의 주된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입의 경우 엔화 강세와 함께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원자재 수입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3월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1% 하락한 상태다.
모리타 쿄헤이 바클레이즈 전략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원자재 수입 비용 감소로 수입액이 계속해서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수출 역시 상승 동력이 부족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강진의 피해를 입은 일본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 선반이 몽땅 비워져 있다. 사진/로이터
리세션 우려에 BOJ 회의 ‘주목’
무역 지표 부진에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재차 리세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마르셀 티엘리안트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전략가는 “3월 수출액의 감소는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임금을 인상하거나 투자를 늘리려는 의욕을 꺾어 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쿠다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이 1분기 GDP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경제가 또다시 역성장에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4월에는 구마모토현 지진 사태까지 겹쳐 전망이 더욱 좋지 않은 상태다. 이에 오는 27∼28일 열릴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조치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물가가 BOJ의 목표 수준인 2%에 도달하지 못하면 추가 부양조치를 꺼낼 준비가 돼 있다”며 “BOJ는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필요시 추가 부양책을 쓰겠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업들 역시 최근 엔고현상과 해외수요 둔화에 향후 체감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발표된 7월 로이터 제조업 단기경제관측(단칸) 지수 전망치는 6으로 제시돼 10이었던 4월 단칸지수를 밑돌았다.
전략가들도 이날 로이터에 “현재 지진으로 자동차 등 제조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모두 중단돼 4월에는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져 다음주 부양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