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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술과 인간
이종철 몽골 후레 정보통신 대학 교수(철학박사)
입력 : 2016-03-31 오전 10:05:43
알파고(Alphago)와 이 세돌의 대국은 승패를 떠나 기술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최고의 두뇌 놀이라고 할 ‘바둑’에서 조차 인공지능(AI)은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라는 이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대해 사람들은 놀라워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이 신기술은 우리의 일상적 삶에 오래 전부터 들어와 사용되고 있었다. 과거 산업 혁명 당시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졌던 것처럼, 오늘 날에도 인공 지능의 미래에 대해 비슷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맹신이나 무조건적 거부는 무지의 양면일 뿐이다. 과학 기술은 무엇보다 과학자들의 ‘프랑켄슈타인 실험실’의 경우처럼 막기도 힘들고, 경제나 산업 혹은 군사적인 동기의 자극도 많이 받고 있다. 오늘 날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등 신기술은 4차 산업 혁명의 견인차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뜻을 거역하고 온갖 기술에 관한 지혜를 불과 함께 훔쳐내서 인간에게 전달한 영웅(英雄)이다. 그는 이 죄로 카우카소스 산에 묶여 매일같이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고통을 당한다. 인류의 기술 문명을 상징하는 이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통해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술을 획득하고 그 편의성을 누리는 데는 희생과 고통 같은 반대급부도 따른다. 이처럼 강력한 기술의 도구적 성격은 그것을 운영하는 인간의 자만심을 부추길 수도 있다. 아라크네는 길쌈과 자수의 명인(名人)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그녀의 솜씨를 아테네 여신으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하자 아라크네는 그것을 부인한다. 분노한 아테네 여신이 할머니로 변신해 아라크네와 솜씨를 겨뤄 이긴다. 이 대결에서 진 아라크네는 거미가 되는 저주를 받는다. 무엇보다 기술을 과신한 아라크네의 ‘오만’(hybris)이 큰 원인이다. 다이달로스는 그리스의 유명한 장인(匠人)이자 크레타 섬의 미로 성을 건축한 장본인이다. 영웅 테세우스가 이 성에 갇혔다가 아드리아드네의 실을 잡고 탈출했다. 그를 도운 죄로 이 성의 탑 안에 갇혔던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밀납으로 만든 날개로 탈출을 시도했다.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밀납이 녹을 수 있을지 모르니 하늘 높이 올라가지 말도록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이카루스는 날개를 과신한 나머지 아버지의 말을 어겼다가 추락하고 말았다. 같은 날개를 달고서 이카루스가 실패한 반면, 다이달로스는 무사히 에게 해를 넘어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신화는 현대의 새로운 기술에 대해 인간이 태도를 정향하는 데 지혜를 줄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에서 보듯, 기술의 혜택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와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당장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이 대량 실업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진단이 있다. 기술 발전의 양면성에 대해 심각한 대비, 특히 윤리적이고 법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아라크네의 신화에서 보듯, 기술을 과신하는 인간의 ‘오만’이나 통제되지 않는 기술은 문명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다. 첨단 기술이 동원되는 모든 전쟁은 인간이 이룩한 최고의 기술 문명이 인류를 멸망시킬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준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문명의 자기파괴에서 유명한 ‘죽음의 본능’(타나토스)이론을 발전시켰다. 이카루스와 다이달로스의 예는 동일한 기술에 대해 인간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상징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운용하는 인간의 태도이며, 그 인간들의 사회적 관계에도 있다는 것이다.
 
이종철 몽골 후레 정보통신 대학 교수(철학박사)
 
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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