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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몸도 말도 정착 못하고 '떠도는 땅'
입력 : 2016-02-22 오전 9:01:01
제목이 인상적인 연극 '떠도는 땅'은 2015 연극 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이자 극단 두의 창단공연이기도 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YAF(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남산예술센터 상주작가 선정 등의 경력이 있는 동이향이 극작과 연출을 모두 맡았는데요. 언젠가 동료의 상가에 방문했다가 받은 인상을 토대로 쓰여진 이 작품에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밤, 한 가족이 외딴 시골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라는 설정 아래 기묘한 사건들이 펼쳐집니다.
 
아버지의 부고로 고향에 돌아온 미스터 노는 장례식 후 아버지의 땅을 팔아 빚을 갚는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한줄기 희망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데요. 이 때 문득 불길한 분위기가 고향 동네를 사로잡습니다. 상주인 미스터 노에게 빚을 갚으라는 독촉전화가 밤새 울리는 가운데, 상가를 방문한 미스터 노의 후배라는 미스터 리는 돈을 빌려주겠다는 말을 남긴 채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한편 미스터 노의 아내와 귀신을 본다는 회사동료 김 대리는 애정행각을 벌이다가 관계가 들통나는 위기를 맞습니다. 이 와중에 미스터 노는 20년 만에 첫사랑과 조우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도굴꾼이 되어버린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합니다.
 
연극 '떠도는 땅' 중 한 장면. 사진/극단 두
 
이밖에 동네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수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연쇄살인범이 나타났다는 소문에 불안감이 퍼진 가운데 동네 노인들이 키우던 닭이 회사 부도로 먹이를 먹지 못해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도 벌어지는데요. 결정적으로 이 가운데 시신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편히 쉬지 못하는 아버지 귀신이 나타나 정처없이 고향 땅을 떠돕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이 연극은 특정한 한 가지 사건을 중심 삼아 이야기가 전개되는 극은 아닙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병렬적으로 배치되는 작품이라 하겠는데요. 말하고자 하는 바가 한 번에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각각의 이야기 속 공통분모라고 할 만한 내용이 극 말미로 갈수록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로 삶의 터전이 되어야 할 땅이 그저 돈으로 환산되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점인데요.
 
연극 '떠도는 땅' 중 한 장면. 사진/극단 두
 
이처럼 땅이 본래적 기능을 상실하고 떠도는 신세로 전락하니 그곳을 디디고 서 있는 사람들의 몸도 말도 결국 떠돌게 됩니다. 무대에는 이같은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는데요. 가령 도입부에서 노인들이 한 단어를 무한 반복하며 소통하지 못하는 모습이 '떠도는 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요. 또 주요 인물들 외에 가면을 쓰고 출연하는 코러스 역들의 뒤틀린 몸짓을 통해 '떠도는 몸'을 형상화합니다.
 
미스터 노는 이 불길한 밤의 기운을 딛고 새 출발을 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또 어렸을 때 아버지를 화재로 잃었다는, 어딘가 수상한 후배 미스터 리는 무엇을 위해 이곳 상가를 떠돌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는 대신 기묘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대본에 다소 애매모호한 연출방식이 겹쳐지면서 극을 상세히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무엇을 잃었고 잃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만큼은 명확히 남기는 작품입니다.
 
-공연명: 연극 '떠도는 땅'
-날짜: 2016년 2월13~28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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