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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혁명을 꿈꾸던 사람들
'코레예바의 눈물' 손석춘 지음 | 동하 펴냄
입력 : 2016-02-02 오후 4:58:59
'코레예바의 눈물(손석춘 지음, 동하 펴냄)'은 역사와 소설 사이, 사실과 허구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는 장편소설이다. 이야기는 작가가 예기치 않게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가서 술을 마시면서부터 시작된다. 항일운동가 주세죽과 이웃으로 지냈다는 최길순 할머니의 방에 머물던 작가는 책장에서 주세죽의 오래된 원고를 발견한다. 작가는 우연히 발견한 이 원고를 세간에 공개하는 편집자의 입장에 서서 글을 전개해나간다.
 
신문기자 출신의 소설가 손석춘은 이후 주세죽을 화자로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낸다. 초반까지만 해도 책장을 앞뒤로 연신 뒤적이게 하는 이 소설은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연신 궁금하게 만든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으로 분류하기에는 인물과 사건 자체가 좀더 사실적인 쪽에 가깝고, 그렇다고 '역사소설'로 분류하기에는 인물의 내면이 꽤나 창조적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작가의 미덕이 발현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에서다. 이야기가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통에 어느 순간 사실이냐 허구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 된다. 이후 작가의 상상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 역사적 사건을 오늘날 독자에게 널리 전달하는 좋은 도구로써 오롯이 활용된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대에 활약한 항일운동가일 뿐만 아니라 여성운동가이기도 했던 여성 화자의 화술을 작가가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낸 점이 돋보인다.
 
알려진 대로 '코레예바(조선 여자라는 뜻)'라는 가명과 본명을 활용해 상하이와 모스크바, 조선 등을 오가며 활약한 주세죽은 항일 독립운동가 박헌영, 김단야의 연결고리가 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박헌영과 결혼했지만 박헌영이 일제 경찰에 끌려간 이후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김단야와 재혼했던 인물, 그러다 김단야는 소련에 숙청되고 첫 남편인 박헌영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아이러니한 소식을 접하게 되는 인물이 바로 주세죽이다. 일제, 미제에 반기를 들되 소련의 노선과도 선을 긋고 활약한 조선의 공산주의 운동가들의 꿈과 희망, 고난과 역경이 이 주세죽의 입을 빌어 생생하게 그려진다.
 
'혁명'을 평생의 꿈으로 여기고 살았던 이들 경계인의 삶은 정치적 노선을 떠나 오늘날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자신이 속한 사회공동체를 향한 꿈이 당대의 사회,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변질돼 해석되는 상황은 오늘날의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각자 자리에서 모종의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이 소설에서 적지 않은 영감과 위로를 얻을 법하다. 역사 기록으로 박제된 혁명이 아닌 살아 숨쉬는 혁명운동, 이들이 계승하고자 했던 녹두장군 전봉준과 독립운동가 박은식 선생의 혁명정신에 대해 묵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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