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전문금융협회 등 5개 금융협회에 분산돼 있는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한국신용정보원이 5일 개원했다.
은행연합회와 여신금융협회에서는 일반신용정보와 기술신용정보를, 보험 유관 기관에서는 보험신용정보를 이관하면서 신용정보원이 다루는 정보의 범위는 방대하다. 이 정보들이 국가통계로서 권위를 가지면서 종합 신용평가와 보험사기 예방 등에 당장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로 인해 금융산업부문의 빅데이터 활용이 본격화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신용정보원에서는 각 금융협회에서 분산 관리하던 신용정보가 통합됨으로써 금융회사는 종합적인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신용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신용평가모형의 예측력이 높아져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양호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은행권으로부터 기술신용 공여현황 및 신용도 판단정보, 기술신용 평가결과 등을 집중해 맞춤형 기술신용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의 여신심사 및 기술신용평가시 필요한 기술동향과 시장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보험 분야에서는 보험사, 각종 공제, 우체국, 보험개발원으로 분산 관리되던 정보가 통합돼 보험사기 대응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에는 공제·체신관서의 보험계약 및 지급정보가 민영보험사와 공유되지 않아 보험사기에 취약한 문제가 있었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내 실손의료보험 계약정보를 집중함으로써 중복계약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며 "중복가입자 비례보상 사무에 필요한 보험계약자 제출서류 공유체계 확대 등 보험계약자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핀테크 활성화 지원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비전이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신용정보원이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정보의 저수지가 될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기획재정부가 가계금융 복지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신용정보원의 개인신용정보를 활용하기로 하는 등 공적인 용도로 활용되는 폭은 크지만 민간부분에서는 신용정보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빅데이터를 활용한 업무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및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개정안은 2014년 초에 발생한 개인정보유출사태 이후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최근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고객으로부터 얻는 모든 금융거래 목적의 정보를 ‘신용정보’로 정의하고 보호 의무를 부과했다. 고객의 개인신용정보 수집 및 이용시 고객 동의를 의무화했고, 이용·제공 목적에는 고객이 동의하지 않을 권리 등을 고지하도록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법적으로 따지면 고객 동의 없이 모을 수 있는 개인 및 신용정보는 없다"며 "그 외 다른 정보들은 이용이 제한적이어서 빅데이터를 활용할 길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 다수 발의돼 있는 상태다. 이름이나 주민번호 등을 삭제해 개인정보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도록 '비식별 조치'를 취한 후 이를 빅데이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빅데이터 활성화 법안의 핵심이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비식별 조치 후에도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다시 개인식별이 가능한 정보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 법안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국회에서는 개인식별정보도 신용정보로 정의한 상위법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가령 대출사업을 원하는 핀테크 업체가 빅테이터를 활용해 서울 지역 가운데 소득대비 대출이 높은 곳을 추려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지만 여신심사시스템을 구축할 경우에는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정보를 활용하기는 현재 불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 등이 여신평가시스템를 구축할 경우 고객 동의가 없는 신용정보는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약이 있다"며 "비식별 신용정보의 경우 사용이 가능해져야 여신시스템의 정확도가 높아질 텐데 현재는 법안이 막혀있다"고 말했다.
이종용·김동훈 기자 yong@etomato.com
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신용정보원 창립 기념식에서 김기식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왼쪽부터),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민성기 한국신용정보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