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의 생산, 소비 지표가 각각 전월, 전년 대비 모두 악화됐다. 두 지표 발표에 전문가들은 일본 경기의 회복세가 다시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내년 초 일본은행(BOJ)의 추가 부양 가능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생산·소비 지표 모두 예상보다 악화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이날 11월 산업생산(예비치)이 전월보다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월 기록인 1.4% 증가와 사전 전망치인 0.6% 감소를 모두 하회한 결과다.
월별로 보면 3개월 만에 첫 마이너스(-) 전환이다. 지난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1.2% 감소를 기록했었다. 이후 9월과 10월 각각 1.1%, 1.4% 증가를 나타냈었지만 11월 다시 감소세로 접어들게 됐다.
세부적으로 출하는 전월에 비해 2.5% 감소하며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특히 석유와 석탄, 철강, 제약 등의 부문에서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재고는 전월에 비해 0.4% 증가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소비 지표 역시 시장의 예상보다 악화됐다. 경제산업성은 이날 11월 소매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전 전망치인 0.6% 감소와 전월 기록인 1.8% 감소를 크게 하회한 결과다. 월별 증가율로는 지난 3월(9.7% 감소) 이후 최저치를 보여줬다.
신흥국 수요 둔화·이상 고온현상이 주원인
산업 생산의 경우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에서의 수요 급감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로이터는 이날 아시아 신흥국에서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본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고 이에 기업들의 생산이 부진했다고 보도했다.
신케 요시키 다이이치생명 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에서의 수요 둔화로 11월 제조업 지표가 썩 좋지 않다”며 “제조업 경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진 않는다”고 밝혔다.
소매 판매의 경우 대형 소매점의 판매 급감이 주원인이었다. 슈퍼마켓과 대형백화점에서의 판매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5%나 감소했다.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던 0.2% 감소를 한참이나 밑돈 결과다. 특히 올해 이상 고온 현상으로 겨울옷과 난방용품 매출이 저조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나미 타케시 노린추킨 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도 소비가 부진한 상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경제가 아직까지 완전한 회복세로 접어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초 BOJ 부양책 시행에 ‘관심’
부진한 생산, 소비 지표가 발표되면서 올해 4분기와 내년 일본 경제 전망도 한층 어두워졌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BOJ가 내년 초 추가 부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11월 생산, 소비지표가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본 경제가 또 다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며 “내년 경제 상황이 어둡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지표는 최근 발표된 가계 지출과 물가 지표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켰다. 지난 25일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가계 지출은 연율 기준 2.9% 감소하며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사이토 타로 NLI 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10~12월, 회계연도 3분기) 가계소비는 직전분기에 비해 훨씬 증가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일본 경기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내년 초 BOJ가 부양책을 실시할 것인지를 두고서는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다수 전문가들은 회복세가 조금이라도 둔화될 조짐이 보이면 BOJ가 내년 초 경기 부양을 단행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앤드류 설리반 하이퉁 인터내셔널 증권의 전략가는 “부진한 소매 판매 지표는 시장에서 현재 BOJ의 통화 정책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번 지표로 내년 초 BOJ는 추가 부양책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케 요시키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함께 발표된 산업생산 선행지수가 좋게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일본 경기가 점진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하지만 선행지수란 예측일 뿐이기에 불확실한 지표다”라고 말했다.
일본 여성이 도쿄의 한 상점에 진열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