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칼 마르크스의 책 '자본론'이 나온 것은 19세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를 넘어 21세기, 신자유주의라 지칭되는 요즘까지도 '자본론' 속 비판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하지만 내용이 방대하고 어려워 막상 책을 손에 쥐고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형편입니다. 특히나 '자본론'이 누구보다도 필요할 것 같은 노동자들에게는 더더욱 멀게만 여겨지는 게 현실이지요.
이런 가운데 일하는 사람들이 자본론의 핵심 내용을 더 많이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담아낸 책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바로 '30일에 끝내는 자본론 특강(김영욱 지음, 민중의소리 펴냄)'인데요. 이 책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토대로 하되 비정규직, 양극화, 청년실업 등 피부로 와닿을 만한 이슈들을 중심으로 서술돼 있습니다. 한 달 코스 강좌 형식으로 집필돼 짬짬이 시간을 내어 나눠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띄네요.
쉽게 읽는 자본론 특강
저자가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흥미롭습니다. 저자 김영욱은 2008년 성남 판교 건설현장에서 전기배선 일을 하다가 만난 노동자 한 명으로부터 울분 섞인 질문을 받게 됩니다. 내용인 즉슨 "15년 동안 이 일을 했는데 임금은 올랐는데 사는 것은 더 어렵다. 왜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이냐."는 한탄이었습니다. 점점 팍팍해져 가는 경제 현실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어려워하던 이 친구와 대화하면서 저자는 "이런 분들을 위해 책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일하는 사람들, 직장인들이 자본의 현실, 본질에 대해 쉽게 알 수 있어야 자기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남다른 의식을 지닌 이 저자는 10여년 동안 노동운동에 헌신해왔습니다. 특히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눈에 띄는데요. 강의 활동을 오랫동안 저자는 2000년대 초반에는 당내 진보정치 연구소 부소장을 지내며 진보적인 정책이나 자본론 등을 교육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현재는 자신의 강의 활동 중 제 2기에 해당한다고 하는데요. 책 '자본론 특강'을 낸 이후 지역별 비정규직 노동자, 플랜트 노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상대로 한 강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하네요.
대중을 상대로 한 오랜 강의 경력 때문인지 책은 알기 쉽게 쓰여져 있습니다. 마치 쉬운 경제 교과서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가령 1부 '불편한 임금의 진실'에서 임금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을 비교하면서 왜 살기가 팍팍해졌는지를 꼼꼼히 따집니다. 2부 '자본가는 이윤을 어떻게 만드는가?'에서는 이윤의 원천은 노동이라는 주장과 함께 기술혁신에서 비롯되는 초과이윤에 대해 설명하고, 자본주의의 물신성과 화폐시장의 범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3부 '이윤증대의 롤러코스터'의 경우 노동시간, 노동강도, 분업과 협업, 노동시장 조정 등의 이슈를 다루며 일터의 환경이 왜 점점 삭막해져 가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4부 '자본주의는 계획적인가?'에서는 1930년대 대공황,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2008년 세계경제 위기 등을 공황이라는 키워드로 엮어내 설명합니다.
이어지는 5부 '자본주의의 메르스, 신자유주의'에서는 자본이익을 극대화하는 폭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합니다. 6부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에서는 분배를 통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 역사적으로 보면 자본의 폭주를 막아 나선 게 노동조합이라는 점 등을 언급하며 노동운동의 가치에 대해 설파합니다.
특히 저자는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로 흐르면서 사회의 공정한 흐름을 왜곡하는 것을 막아내는 최소한의 힘이 노동조합에 있다"면서 "노동조합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도 권장했던, 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보루"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노동운동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활동이 노동이기주의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생각하면서 자긍심을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이 책은 잘 만든 강의자료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저자는 각 강좌에 대해 난이도를 별표로 표시해 독자를 배려하는가 하면 각 강좌 끝에 심화학습을 제시하기도 하며 학습을 독려합니다. 중간중간 어려운 용어에 대해 설명하는 '꼼꼼학습'이라는 제목의 코너 역시 독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본론에 기초를 뒀지만 최근 경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돋보입니다. 특히 풍부한 현실 사례 제시가 눈에 띄는데요.
저자는 "세계경제라든가 자본주의 공황, 거시경제 같은 부분은 어려워들 하는데 잉여가치, 임금과 관련된 이론이라든가 이런 데 대해서는 독자의 이해도가 빠른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제 용어가 낯선 독자라면 전체를 다 읽기 전에 관심 가는 분야를 부분부분 발췌해서 읽어도 큰 무리가 없는 책입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