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이유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잇따라 올린 가운데 예적금 상품 등의 수신상품 금리는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기에 맞춰 대출금리와 수신금리 조정 시기를 달리 해 예대마진 폭을 최대한 넓히려는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올해 4월부터 2%대로 유지하던 대출금리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이유로 3~4%대로 일제히 올렸다.
신한은행의 코픽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 수준은 현재 연 3.11~4.47%다. 이는 지난달 16일(연 2.89~4.25%)보다 0.22%포인트 오른 것이다. 우리은행의 같은 상품 금리는 지난달 2.97~4.72%에서 현재 3.17~4.76%로 한 달 새 0.2%포인트 올랐다. KEB하나은행은 3.00~4.70%에서 3.07~4.77%, NH농협은행은 2.86~4.26%에서 3.05~4.35%로 오른 금리로 코픽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을 팔고 있다.
국민은행도 2.87~4.18%에서 2.96~4.27%로 금리 자체는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추세라면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국민은행의 밴드 하단 금리가 내달 중 3%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대출금리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이유로 앞다퉈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수신금리는 몇 달째 요지부동이다. 수신상품인 예·적금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조정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앞서 은행들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과 10월, 올해 3월과 6월 등 총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림에 따라 예·적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를 꾸준히 내려왔다. 은행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는 올해 3월 1%대에 진입한 뒤 1%대 중반대를 유지해 왔다.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은 상당기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이상이 본격화된 다음에야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 수신금리는 언제 오르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다음에야 수신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의 수익과 직결되는 대출금리는 신속하게 올리고 수신금리는 최대한 늦게 올려 이자마진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모습은 금리인상기마다 나타난 관행으로 읽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회복세에 한은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린 바 있다. 2009년 9월 2%였던 기준금리를 2010년 7월 2.25%로 올린 이후 11월 2.5%, 2011년 1월 2.75%, 3월 3%, 6월 3.25%로 인상했다.
은행들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 직전후에 금리 인상을 대출금리에 즉각 반영했으나 예·적금 금리에는 뒤늦게 적용하면서 이자마진 극대화 요과를 누렸다. 그 결과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2009년 2분기 1.85%에서 2010년 1분기 2.4%로 최대치를 찍은 이후 2011년 말까지 2.3%대를 유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예금상품을 내놓은 것은 연말에 만기가 끝나는 예금을 재예치 하려는 특판 상품"이라며 "지금처럼 NIM이 역대 최저치를 매분기 갱신하는 상황에서 선뜻 수신금리를 높이려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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