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권에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재차 강조하는 가운데 은행들의 4분기 실적 악화가 가시화 되고 있다. 은행들이 올해 순익 대부분을 기업 구조조정으로 토해낼 처지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4분기부터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총 4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당장 4분기에 대손충당금 폭탄으로 인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은행들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의 9월말 현재 총 여신 22조5000억원에 요주의 최소 기준인 7%를 적용하면, 1조4000억원이 충당금으로 적립될 가능성이 있다.
조선 3사로 범위를 넓히면 충당금 적립 규모는 3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예정된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면 중소기업과 조선업에 대한 신규 충당금이 4분기부터 4조원에 달한다.
전날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은행들도 과도한 자산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경영전략과 리스크 관리에 힘써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금융당국은 은행 기업대출의 충당금 적립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계기업들에 대한 기업대출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충당금 적립에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000030)과 KEB하나은행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3분기 중 STX그룹 신용등급 하락으로 조선·엔진·중공업 등에 약 1057억원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했는데 4분기에도 추가 적립할 개연성이 높다. 최근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에 45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도 보수적 충당금을 적립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보수적인 기준에 맞춰 충당금을 적립해왔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KEB하나은행은 지난 상반기까지 국내 주요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규모로 1조396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바 있다. 정부의 강력한 충당금 적립 권고에 따라 실적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4분기 실적에 영향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의 전통적 수익원인 순이자마진의 지속적 하락과 강력한 구조조정 압박으로 인해 은행산업 전체에 수익성 악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구조조정 업체가 많을 수 있지만 위험노출액이 크지 않고 4분기에는 통상적으로 충당급 적립 등으로 실적이 저조한 시기"라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은행들도 과도한 자산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경영전략과 리스크 관리에 힘써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