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조문정국이 마무리되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갈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간의 신경전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문안박 연대’를 제안한 이후 당내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수용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급기야 오영식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또한 호남 의원 18명은 ‘문안박 연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당내 초재선 의원 48명과 원외 위원장 80명은 ‘문안박 연대’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새정치연합 오영식 최고위원은 “제게 맡겨진 정치적 역할과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자 한다. 저부터 내려놓겠다”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오 최고위원은 ‘문안박 연대’에 대해 “분점과 배제의 논리가 아닌 비전과 역할로서 실현되길 바란다”며 “더 나아가 문안박 연대를 넘어 당의 새로운 세대교체형 리더십을 창출해 낼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회동을 가진 당내 호남 의원 23명 중 18명은 이날 ‘문안박 연대’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문 대표의 ‘문안박 연대’는 통합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 절차에 있어서 지도부와의 협의가 없었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지도체제로서는 미흡하여 보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문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18일 광주에서 문재인 대표의 ‘당 대표를 비판한 의원들은 공천권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간주한 폄훼성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문안박 연대’ 제안 과정의 절차상 문제와 비주류 공개 비판에 대해 사과했다. 김성수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문안박 연대 제안 당시) 당 소속 최고위원들과 사전에 제대로 논의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사과는 필요 없다며 공개적인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반면 초재선 의원 48명은 이날 ‘문안박 연대’를 통해 단결하고 개혁하자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문안박 연대’ 지지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갈등·대립·충돌을 극복하고 단합하는 길은 여러 갈래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은 현실적이어야 하고 구성원 대다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문안박 체제가 그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만 “문 대표는 지금의 상황과 관련하여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다 내려 놓을 수 있다는 심정으로 이 상황에 임해야 한다”며 “문안박 체제를 만들고 단결하여 전진하는 대열에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밖에 현실적이고 수용 가능한 대안은 없다는 것이 저희들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원외 시도당 및 지역위원장 80명도 ‘문안박 연대’에 대한 지지와 안 전 대표의 결단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문안박 연대는 당의 혁신과 단합, 총선승리를 위해 매우 적절하다”며 “박원순 시장이 함께 협력하기로 한 것을 환영하고 안철수 전 대표도 곧 함께 하실 것으로 간절하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 전 대표는 ‘문안박 연대’ 제안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오는 29일쯤 문 대표의 제안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을 포함해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안 전 대표는 동료의원들과 학계인사들을 잇달아 만나면서 발표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