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 실적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유가에 따른 낮은 휘발유 가격과 저금리 등의 여건이 맞물리며 미국인들이 자동차를 구매하기에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는 것이 미국 경제 회복의 청신호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경제 회복과 연결시키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자동차 판매 13.6% 급증한 18만2000대
3일(현지시간) 자동차정보제공 업체인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3.6% 급증한 18만2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로이터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7만7000건을 상회한 것으로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 18만대를 넘어 선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미국 브랜드 자동차들이 두 자릿수 판매 증가율을 보이며 선전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26만2993대 자동차를 팔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급증한 것이다.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큰 차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 지난 10월 GM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8%에 달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지난달 자동차 판매 역시 전년동기보다 14.7% 판매가 늘었다. SUV브랜드인 ‘지프’의 매출 증가율이 33%에 달했다. 이는 67개월 연속 판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달 판매 대수는 10월 기준으로 2001년 이후 가장 많았다.
포드 역시 13.4%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SUV 익스플로러와 세단 ‘포커스’, ‘스포츠카 머스탱’이 인기를 얻었다.
일본 자동차들 역시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도요타는 10월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20만4045대를 팔아 역대 최대 미국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혼다와 닛산의 판매 증가율도 각각 8.6%, 12.5% 증가했다.
한편 배기가스 조작으로 곤욕을 치렀던 폭스바겐의 자동차 판매는 0.2% 증가한 3만300여대에 그쳤다. 다만 아우디 제품은 16.8% 늘어난 1만7700대가 팔려 폭스바겐그룹의 전체 판매량은 5.8% 증가를 기록했다.
물론 스캔들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양호한 증가율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폭스바겐이 최근 업계의 두 배에 가까운 할인 공략에 나서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매출 성장률이 정체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최근 평균 11.1%의 할인 공략에 나섰는데 이는 업계 평균인 6.2%보다 두 배나 높은 것이다.
◇자동차 판매 호조 이어질 듯…경제 회복 본격화 신호?
유가 하락에 따른 휘발유 가격 하락과 함께 경기 회복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 낮은 금리, 각종 연휴 혜택 등에 힘입어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호황을 나타내고 있다.
남은 한 해 전망도 매우 밝은 상태다. 다수의 자동차 회사들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체 자동차 매출은 1740만대~1780만대 수준으로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칼 브라어 자동차 시장 조사 업체인 켈리블루북 선임 전략가는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회복 단계를 넘어서 신기록 경신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며 "충분한 수요, 저금리, 낮은 휘발유 가격 등 자동차 구매의 핵심 요소들이 모두 시장을 받쳐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특히 SUV 및 큰 트럭들의 판매가 늘어난 점이 고무적이라는 설명이다. 대형 자동차의 경우 개인보다 기업 등에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경기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기간 픽업 트럭과 SUV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나 급증했다. 그 예로 포드의 산업용 트럭 매출은 7.3% 늘어났고 SUV와 크로스오버 매출은 28.4% 급증했다.
이와 함께 고용 시장에 대한 회복이 국민들에게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이것이 소비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로스앤젤레스 뉴카딜러스어소시에이션의 전무 밥 스미스는 “실업률이 내려가는 점이 자동차 구매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자동차 판매만 놓고 미국 경제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0월 소비 지출 지표가 부진했고, 빚을 늘려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어 다른 지표들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