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민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현 금융위기는 대공황 보다 심한 것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근 증시 호조세 등을 반영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제 위축이 하반기에는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버냉키 의장은 미 공영방송 PBS가 캔자스 시티에서 마련한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많은 일들이 함께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가 일어났고, 이번 위기는 심지어 대공황 때를 포함해 사상최악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신용시장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장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국채와 모기지채권을 매입하는 등 그간 FRB가 벌여온 특별 조치들에 대한 비판 여론에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버냉키는 "나는 2차 대공황을 다루는 FRB 의장이 되지 않으려 했었다"며 FRB의 조치는 정당한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미 경제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버냉키 의장은 "올 하반기 경제 위축이 멈출 것"이라면서도 "성장률은 1%(연율기준)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실업사태가 안정되기 위해선 성장률이 2.5%는 돼야 한다"며 "노동 시장은 아마도 내년 초까지는 안정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버냉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미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펼쳤다. 버냉키는 그 근거로 현재 은행들이 안정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주식 시장도 최근 수 주간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버냉키는 향후 2~3년간은 인플레이션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자 이날 버냉키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다수의 참가자들은 규모가 너무 커서 실패하게 놔둘 수 없다는, 이른바 '대마불사' 논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버냉키에게 정부 지원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은행들에 대해 주도권을 쥐려했던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위기 상황 하에서 자신의 소규모 사업체는 규모가 작아서 오히려 구하기 쉬웠었다고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날 대형 금융권 규제와 관련해 쏟아지는 질문들에 대해 버냉키는 FRB가 세계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대형 은행들을 구하고자 했다고 주장하는 등 '대마불사' 논리를 펼쳤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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