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악화로 이중고에 시달렸던 정유사들이 최근들어 정제마진이 반등하면서 한숨을 돌리고 있다. 2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도 "알래스카의 여름"이라며 스스로 움츠렸던 정유업계는 3분기 급락은 피할 수 없지만 지난해의 악몽은 벗어났다는 반응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30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연중 최고치인 배럴당 11.4달러를 기록했다. 7월 평균 5.5달러로 손익분기점(BEP) 가까이 내려갔던 정제마진은 8월 5.7달러로 소폭 오른 뒤 9월 들어 평균 7.7달러선을 회복했다.
복합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에서 수입원유의 가격을 뺀 것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잣대다. 보통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BEP)을 배럴당 4~5달러대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8.5달러, 6월 8.1달러를 기록한 정제마진은 3분기에 들어서자마자 고꾸라졌다가 9월 들어 바짝 상승했다. 동절기를 앞두고 재고 확보 수요가 발생하면서 등유와 경유 마진이 회복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지난 2분기 약 2조3000억여원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낸 덕에 3분기의 실적 부진은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정유사들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지난해 3분기의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3.7달러에서 6.3달러를 오르내렸다.
국제유가는 50달러대를 밑돌고 있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지난 7월 56.9달러대를 기록한 뒤 8월 48.8달러, 9월 46.5달러로 소폭 하락했다. 정제마진이 상승세를 타면서 이대로라면 4분기에 실적 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지만, 중국의 경기지표가 부진하고 이란산 원유 수출이 임박하면서 유가 상승폭이 크지 않거나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어 업계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SK증권은 정유 4사의 3분기 영업이익을 45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도 "1, 2분기 만큼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작년처럼 적자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고 환율과 수급 상황 등을 살피며 운영최적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이달 하순 SK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기 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