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시절 긴급조치 발령 자체는 위헌이 아니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긴급조치 변호단 및 피해자 대책위, 민청학련 계승사업회 등이 24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법원 판결은 헌재가 지난 2013년 긴급조치 1·2·9호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취지에 반한다"면서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돼 마땅히 심판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으로는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백기완(83)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나섰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3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연행돼 불법 구금된 최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라면서 "이런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며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헌재는 지난 2013년 3월 '긴급조치 1·2·9호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참정권,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했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민변 등은 이날 재판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헌재는 사법권력에 대한 통제수단으로서 제도적 취지와 실효성을 가짐에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재판 헌법소원을 제외함으로써 그 취지가 반감됐다"면서 "특히 최근 대법원의 대법관 임명절차의 비민주성 및 폐쇄성, 그리고 법관 위주의 골품제화로 인해 대법관의 보수화뿐만 아니라 판결에서 그 영향이 비대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