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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구조적 장기침체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
입력 : 2015-08-09 오후 12:00:00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구조적 장기침체론'이 주목받고 있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2013년 11월 IMF 회의에서 "미국경제가 정상적인 성장궤도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구조적 장기침체론에 불을 지폈으며, 이후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스탠리 피셔 미 연준 부의장, 올리버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리처드 쿠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이 서머스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우호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구조적 장기침체 가능성을 높였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구조적 장기침체론자들은 최근의 경기부진이 단순한 금융위기로 인한 부작용이 아니라 인구고령화, 자본투자 감소, 위험회피 성향증가와 같이 장기적으로 진행돼 온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이며, 만성적인 수요부진으로 버블의 발생 없이는 경제가 충분한 수요를 창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을 통한 수요진작은 한계가 있으며, 공공인프라 투자와 같이 재정확대 정책을 통한 생산성 확대와 총수요 회복이 '구조적 장기침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같이 '구조적 장기침체론'을 부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특히 버냉키 전 의장은 최근 개설한 블로그를 통해 적극적으로 구조적 장기침체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세계경제 부진의 원인을 아시아 수출국과 중동 산유국의 과도한 저축(외환보유액)에 의한 일시적 투자부진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과 같은 통화정책을 통해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키면 경제를 회복세로 돌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조적 장기침체론'을 주장하는 학자와 부정하는 학자들은 어찌보면 같은 현상을 보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조적 장기침체론자들은 인구성장 둔화나 자본투자 감소와 같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버냉키 등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과 상황대처 능력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같은 현상에 대해 서로 다른 처방전을 내놓는 이유도 서머스 등의 구조적 장기침체론자들이 대부분 케인즈 학파인 반면, 버냉키 전 의장은 통화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케인즈 학파는 고전학파의 자유방임을 일축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재정지출 확대)을 옹호해 왔다.
 
따라서 구조적 장기침체론자들도 구조적인 위기의 해법으로 정부의 개입에 의한 공공인프라 투자를 선호하는 것이다. 반면 통화주의자들은 정부개입의 부작용을 경계하고 준칙에 의한 통화정책을 옹호한다. 따라서 연준의 의장을 지낸 버냉키가 재정지출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통화정책이 결과적으로 소비와 투자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추락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이 구조적 장기침체론자들이 주장하듯이 장기적·구조적 공급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버냉키 전 의장이 주장하듯이 과잉저축으로 인한 일시적·순환적 현상인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글로벌 과잉저축이 외화를 쌓아두려는 아시아 신흥국의 중상주의적인 특징과 중국경제의 독특한 성격에 의한 것일 경우 과잉저축에 의한 투자부진은 구조적인 문제가 되고, 이의 해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투자부진 장기화로 인한 세계경제의 성장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이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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