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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순혈주의' 깨고 법조일원화 바로 세워야"
"경력 1년도 안 된 변호사 경력법관 임용 모순"
입력 : 2015-07-12 오후 6:00:00
최근 변호사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재판연구원 출신 변호사가 단기 경력법관으로 임용되면서 법조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일 해당 법관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고 최근 검찰이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갈등은 변호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10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해당 법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연서에 참여했다. 변호사들의 연서는 13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경력법관에 대한 검찰 고발은 물론, 변호사들이 법관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집단행동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서에 참여한 변호사들 중에는 경력 10년 전후의 변호사가 가장 많다. 그러나 60대의사법연수원 9기 변호사들을 비롯해 검찰출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더욱이 적지 않은 법관출신 변호사들도 뜻을 같이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경력법관에 대한 문제 제기지만 그 밑바닥을 보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법원의 법관 임용시스템에 대한 재야법조계의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수사를 통해 검찰이 심판 자격으로 링 위에 올랐다는 점도 눈여겨 볼 사항이다. 해당 법관에 대한 검찰고발, 연서활동을 주도한 변환봉 변호사(39·사법연수원 36기)를 만나 이번 사건의 전말을 짚어봤다.
 
변환봉 변호사. 사진/최기철 기자
 
비위의혹 경력법관 사퇴촉구 집단 활동 전개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사법부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최후의 보루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말했듯, 법원의 존립 근거가 바로 법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이다. 이러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스스로의 존립 근거와 정체성을 성찰하지 못하는 대법원에 법조인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이번 집단 활동 뒤에 변호사 단체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이런 일은 대한변호사협회나 서울지방변호사회 명의의 성명서가 더 의미 있고 파급력이 크지 않겠나. 또 하창우 변협회장이나 김한규 서울변호사회장 모두 순수 변호사 출신이다. 법원 눈치를 볼 이유가 없는 분들이다. 변호사단체에서 볼 때는 자신들이 할 일을 일개 변호사에게 빼앗긴 것이다. 이번에 연서를 받으면서 든 비용도 뜻을 같이하는 변호사들과 전액을 추렴해 마련했다. 변호사단체의 지원은 없었다.
 
법조일원화와 관련해 현재 법관 임용 시스템상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법원의 ‘순혈주의’다. 법조일원화는 폐쇄적 엘리트주의와 관료주의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로클럭(재판연구원) 출신 변호사들의 단기 경력법관 임용의 경우 로클럭 2년을 마치고, 변호사 경험은 1년도 되지 않는 변호사를 경력법관으로 뽑았다는 것은 법조일원화의 취지와 배치된다. 심지어 어떤 판사는 로클럭 2년을 마치고 1년 동안 자신의 집을 변호사 사무소로 개업신고하고 사건을 한건도 수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올해 초 신규 판사(사법연수원 출신) 임용식에서 ‘로스쿨 출신들은 법관으로 임용됐다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데 연수원 출신들은 아무런 감흥이 없이 원래 될 사람이 됐다는 식’이라며 혼내듯 말했다고 한다. 과연 판사로 뽑아줬다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는 사람들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판사 임용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국가정보원이 사전 면접하는 것도 문제다. 그야말로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한 법조인을 판사로 뽑겠다는 것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시스템적인 문제 뿐 아니라 현재 법원의 인식수준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단기법관 임용 신임법관 37명 중 27명이 로클럭 출신이다. 대법원은 심사가 완전 블라인드 방식으로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로클럭 출신이 재판실무를 경험했기 때문에 법률실무 능력이 우수했고, 그로 인해 다수가 선발됐으므로 ‘법관순혈주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논리적 모순이다. 폐쇄적 엘리트주의를 극복하고 풍부한 법조 경험을 가진 변호사를 판사로 임용하자는 것이 법조일원화의 취지다. 변호사경력이 얼마나 풍부한지가 중요하다. 재판실무 성적 등은 나중 문제다. 대법원의 설명은 법조일원화의 취지에서 벗어난다. 결국 법조일원화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이해된다.
 
로클럭 경력을 법조경력으로 인정하는 것은 법조일원화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에 대법원은 입법자가 예정한 것으로 배석판사 자원의 필요성 등을 고려한 입법자의 결단이라고 항변한다.
 
입법자의 결단이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치고, 이를 토대로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뒤의 결단을 말한다. 로클럭 경력을 법조경력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입법자의 입법 형성의 재량이지 입법자의 결단과 같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과연 우리 국민 중에 로클럭 경력을 법조경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일부 로스쿨 출신 경렵법관은 6개월 전 임용 내정통지를 받고 로펌 등에서 근무하면서 이른바 '후관예우'를 받았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지난 1월 윤리교육 등을 통해 품위유지와 특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도록 권고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로펌 파트너 변호사들에 의해 이미 임용예정자들의 문제가 제보된 바 있다. 예비판사로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그 예다. 법원행정처에 이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대법원이 임용예정자들게 유의 권고를 통지한 것은 그 다음이다. 몇몇 로펌에서는 같이 일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결정해 임용예정자가 사직한 예도 있다. 그것이 맞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다. 임용예정자가 되니까 선배나 파트너 변호사들 조차 자신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윤리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인식이 개선될지 의문이다.
 
연서 전달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반응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법원이 그 정도로 불통이고 국민을 무시할 것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법률가다. 법적절차로 다툴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 수임 사건도 이번 사건과 같은 사건이다. 변호사법 31조1항3호 위반 문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해당 판사를 불기소 처분한다면 민변 변호사들도 똑같이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 검찰에 엄정한 수사와 정당한 법적조치를 촉구할 것이다. 해당 판사도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 민변 변호사들은 체포영장까지 발부하지 않았나. 판사라고 서면조사로 갈음해서는 안 된다.
 
법조일원화 취지에 따른 올바른 법관 임용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또 이번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어 한다고 보나.
 
원래 취지대로 10년차 이상 경력 변호사들을 어떻게 판사로 임용할 것인지 그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 변호사 단체와 함께 변호사의 자질과 품성을 검증할 수 있는 협의체도 만들어야 한다. 또 로스쿨이나 사법연수원 출신 모두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해야 한다. 사법부 독립의 시작은 공정한 법관 임용에서 시작한다. 권위는 외부에서 부여하는 것이다. 권위 있는 사법부가 되길 바란다.
이번 문제는 당사자인 해당 법관이 스스로 사퇴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물론 해당 법관도 소속 로펌에서 사건을 맡겼기 때문에 담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을 맡는 것이 법조윤리에 반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맡지 말았어야 한다. 몰랐다고 해도 문제다. 알고도 사건을 맡았고 경력법관으로 지원했다면 정말 잘못된 것이다. 개인적 유감은 추호도 없다. 본인이 빨리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대법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고 사법부를 신뢰하는 법조인들과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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