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연맹(KBL)이 최근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전창진(KGC) 감독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영기 총재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창진 감독의 거취를 7월 초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사과 이상의 불필요한 행보도 보였다. 이날 김 총재를 비롯한 KBL은 '구단은 공식경기에 임할 때 최강의 선수를 기용해 최선의 경기를 하도록 해야 한다(규약 제17조·최강의 선수 기용)와 '감독과 코치는 KBL 및 구단의 명예를 선양하고 모든 경기에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규약 제70조·성실 의무)'는 내부 규정을 내걸었다. 이를 근거로 KBL은 경찰 수사와 관계없이 전 감독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지나치게 앞서간 부분이다. 전창진 감독 사건은 아직 경찰 수사 중이다. 김영기 총재 스스로도 "KBL은 수사권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경찰 수사 이후 확실한 결과가 나왔을 때 조치를 해도 늦지 않다. 언론 앞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시달렸다면 그냥 명확하게 KBL 차원에서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 될 일이다.
특히 "KBL이 경기 전체를 모니터링하고 감독에게 소명을 요구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러야 하는데도 넘어갈 경우 그 부분을 따지겠다",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는 예전 아마추어 방식 그대로 감독이 전권을 갖고 모든 경기를 지휘한다"등의 말은 위험했다. 자칫 KBL이 시즌 모든 경기를 두고 감독 뒤에서 개입하겠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발언이다. KBL 안에 그 정도의 실행 능력과 인력이 충분한지도 의문이며 추진한다 하더라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선수층은 얇은데 경기 일정은 미국 프로농구(NBA) 다음으로 빡빡한 게 KBL의 현실이다. 1경기가 아닌 시즌 전체 54경기를 위해서는 구단의 전략적 운영이 불가피하다. 감독은 다음 경기를 위해 일정 시간대에 후보 선수들을 대거 활용할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의 철학과 의중에 따라 자기 만의 방식으로 작전타임을 운영할 수도 있다. 이런 것마저 일정한 틀 안에 넣어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건 지극히 이상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KBL은 각종 제도를 도입할 때마다 감독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결정했다는 식의 잡음이 그간 끊이지 않았다. 이번 역시 현장 감독들과의 소통은 제대로 했는지 되물을 수 있는 사안이다.
임정혁 스포츠칼럼니스트 komsy120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