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백조의 호수>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 블랑발레(백색발레)의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이지요.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을 바탕으로 호숫가에서 펼쳐지는 춤의 향연은 마치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처럼 감수성을 한껏 북돋는데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도 발레 마니아들의 발길을 돌릴 수는 없었나 봅니다. 국립발레단의 올해 <백조의 호수> 첫 공연이 열린 24일, 예술의전당에는 3층 객석까지 인파가 가득 몰렸습니다.
이번 공연은 조금 특별합니다. 국립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작이자 러시아의 신화로 불리는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의 작품이라는 것 외에도 화제거리가 많은데요. 그중 으뜸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지영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인 프리드만 포겔이 호흡을 맞춘다는 점입니다.
◇김지영과 프리드만 포겔(사진=김윤식, 국립발레단 제공)
국내외에서 두루 활약하며 한국발레의 명성을 널리 떨친 프리마돈나 김지영 무용수에 대해서는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 프리드만 포겔에 대해 잠깐 소개할까 합니다. 프리드만 포겔은 2010년 매거진 탄츠(Magazine TANZ)에서 전세계 무용평론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무용수', 2012년 6월 이탈리아 무용잡지 단자&단자(Danza&Danza)가 뽑은 '최고의 남성무용수'로 선정된 인물입니다. 존 크랑코, 케네스 맥밀란, 조지 발란신, 제롬 로빈스, 지리 킬리안, 존 노이마이어, 윌리엄 포사이드, 웨인 맥그리거와 같은 굵직굵직한 안무가들의 작품에서 주역을 맡아 왔지요.
무대를 통해 직접 본 프리드만 포겔은 소문대로 탁월한 기량을 자랑하는 무용수였습니다. 카브리올(도약 중 두 발을 맞부딪치는 기법)을 흔들림 없이 구사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탁월한 균형감각에 속도와 정확성이 더해지면서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멋진 발레리노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외모까지도 '왕자님' 그 자체인 덕에 공연 중간중간 여성 팬들의 수근거림과 탄식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백조의 호수> 중 흑조 그랑파드되 마지막 포즈(사진제공=국립발레단)
작품은 마법에 걸려 낮에는 백조로 변하는 공주 '오데트'와 그녀를 마법에서 구하려는 왕자 '지그프리트'의 사랑을 그립니다. 청순가련한 백조 '오데트'와 욕망의 화신인 흑조 '오딜'을 연기하는 1인 2역의 김지영은 반전 매력을 유감없이 선보였습니다. 베테랑 무용수다운 기술도 멋졌지만 손끝과 표정으로 전해오는 표현력과 연기력이 압권이었는데요. 특히 오딜 역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에 관객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왕자의 또 다른 내면을 연기하는 '로트바르트' 역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4일 공연에는 발레리노 이재우가 연기했는데요. 프리드만 포겔과의 2인무에서 그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맞서며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클래식 발레의 꾸준한 인기를 증명한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24일과 25일 김지영, 프리드만 포겔의 출연 이후에는 이은원과 김현웅, 박슬기와 이영철, 김리회와 허서명, 이은원과 이재우가 차례로 28일까지 오데트·오딜과 지그프리트로 분합니다.
-날짜·장소 : 6월24~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문의 : 02-587-6181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