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이 나오지 않자 옥상 물탱크를 확인하기 위해 윗집에 들어간 남성에게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2013년 9월부터 A씨 소유의 건물 1층을 빌려 식당을 운영해 온 신모씨는 대지이용 문제 등으로 평소 A씨와 사이가 나빴다. 손님이 없어 월세를 내기 힘들자 신씨는 "보증금에서 까라"고 버티기도 했다.
어느날 식당에 며칠째 물이 나오지 않자 신씨는 옥상의 물탱크를 확인하려고 2층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가려면 반드시 2층의 거실과 부엌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였다.
마침 2층 현관문이 열려 있고 인기척이 없자 신씨는 집 안으로 들어가 거실, 부엌을 지나 옥상으로 올라갔다. 물탱크를 확인하고 잠긴 수도관 밸브를 열어놓은 뒤 다시 2층 거실로 나온 신씨는 마침 외출했다가 돌아온 A씨와 딱 마주쳤다.
허락없이 집 안에 들어온 것에 화가 난 A씨는 신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신씨에게 무혐의가 아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피해 정도나 합의 등에 따라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범죄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무혐의 처분과는 다르다.
신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A씨가 수도관을 임의로 잠그고 알리지 않아 신씨가 고통을 겪다가 부득이 집안에 들어간 것으로 주거침입이 아니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임대차 계약을 할 때 건물 2층의 이용을 허락한다는 특약사항이 있었는데 검찰이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며 "부엌과 거실이 붙어있고 출입을 막는 별도의 잠금장치도 없기 때문에 주거침입죄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거실은 A씨 가족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공간으로 식당 손님이 많을 경우 2층에도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A씨가 양해한 것일 뿐 상시적 출입을 허락한 것은 아니므로 2층을 사용하기 위해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