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22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30일 구속된지 144일째인 이날 풀려나게 됐다.
재판부는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행기가 램프리턴했고 조 전 사장의 명령으로 사무장이 하기에 이르렀다"며 "항공기 운항이 저해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항로에 대한 정의가 항공법에 없어 입법목적 등으로 해석하면 이 사건 항로에는 '지상로'가 포함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램프리턴이 일어난 계류장은 자유로운 회항이 일어나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항공기항로변경죄의 항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후에도 승무원의 잘못을 탓하고 자신의 범죄성을 깨닫지 못했지만 항소심 재판을 받는 동안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족과 격리돼 5개월의 구금 생활을 하는 동안 반성한 것을 의심할 객관적 사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커다란 비난을 받아야 할 행위는 맞지만, 두 살이 된 쌍둥이 자녀를 둔 어머니로 초범이며, 대한항공 부사장 지위에서 물러났고, 사회적 비난과 낙인으로 앞으로도 이를 인식하며 살아갈 처지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증거인멸을 주도하고 박창진 사무장 등을 협박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은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58) 상무에 대해서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창진 사무장의 의사와 다른 시말서를 작성하게 하고 국토부에서 허위로 진술하게 한 것이 인정된다"며 "박창진 사무장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작성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회사의 엄격한 상하관계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으로 볼 여지가 있고, 박창진 사무장을 포함한 승무원이 추가 징계 받지 않도록 노력하기도 한 점 등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실형을 선고한 원심은 무겁다고 봤다.
또 대한항공 측에 조사 내용을 누설한 혐의를 받은 국토교통부 조사관 김모(54)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토부의 실제 조사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당시 여모 상무가 진상을 은폐하려 한다는 사정까지 알지 못한채 기존 항공안전감독관 조사 관행에 따라 조사한것으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1심에서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 뉴욕 JFK 공항에서 인천행 대한항공 기내 일등석에 탑승해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삼아 폭언·폭행을 하고,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도록 지시하며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안전운항저해폭행, 강요,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대한한공 객실승무본부 여모(58) 상무는 징역 8월을, 국토교통부 김모(55) 조사관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