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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비디오아트·사진..장르 초월한 미술전시
'무스타파 훌루시' 전
입력 : 2015-03-20 오후 4:17:54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동백, 철쭉, 능금, 감귤 등 지극히 한국적인 자연물이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려져 있다. 바로 옆에는 같은 소재가 패턴화된 추상으로 표현·배치돼 눈길을 사로 잡는다.
 
소재만 보면 마치 국내 작가의 전시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전시의 주인공은 영국 작가 무스타파 훌루시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훌루시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지난 2013년 한국에서 여행하며 느낀 자연과 인간, 종교, 도심에 대한 단상을 토대로 만든 작품 30여 점이 소개된다.
 
(사진제공=더페이지갤러리)
 
전시장에는 회화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시각예술가(비주얼 아티스트)라고 칭하는 훌루시는 비디오아트, 사진 등 재료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만든다. 한 작가의 전시라고 생각하기 힘들 만큼 작가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한 공간에 펼쳐 보인다.
 
이 같은 결과물은 그동안 작가가 그려온 삶의 궤적과 무관하지 않다. 훌루시는 1971년 영국에서 태어난 터키계 키프로스 인이다. 태생적으로 경계인의 정체성을 지닌 그는 영국의 골드 스미스에서 순수미술과 비평을 전공하고, 왕립미술대학원에서 사진을 수학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왔다.
 
같은 소재를 서로 다른 기법으로 표현한 후 나란히 배치한 회화작품은 비디오아트와 사진 작품 등을 내보인 이번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처럼 보인다. "우리가 보고 있는 두 개의 작품은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이 힌트가 될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 결국 관객이 목격하게 되는 것은 '본다'는 것에 대한 작가의 여러가지 성찰이다. 작가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같으면서도 다른', 다소 역설적인 미학을 관객으로 하여금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어찌보면 들뢰즈의 차이의 철학처럼, 차이를 긍정하고 촉발하는 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탈리아, 키프로스, 이란, 터키, 이집트 등 지중해 지역들의 2차 세계대전 이후 모습들을 한 데 모은 비디오 작품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비디오 작품의 경우 한국이 아닌 곳의 풍경을 담고 있지만 2차 대전 이후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국과 그리 무관하지 않게 느껴진다. 같지만 다른, 다르면서도 같은 모습이다.
 
함께 전시되는 '물병 회화(Vase paintings)' 시리즈의 경우도 비슷하다. 한국의 유물을 그린 이 작품들은 흔히 접하는 박물관의 카탈로그 속 사진과 흡사하지만 작가의 성찰을 거쳐 다시금 우리 앞에 작품으로서 선다. 관객은 박물관 유리관 속에 갇혀 만져볼 수 조차 없는 유물과 눈 앞에 그림으로 표현된 유물 중,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선뜻 확신하기가 어렵다. 
 
이렇듯 무스타파 훌루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본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질문들을 만들어 낸다. 관람객을 철학적 사유로 인도하는 이번 전시는 3월18일부터 4월30일까지 더페이지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문의 02-3447-0049).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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