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 전용) 콘서트홀 건립과 재정적 지원이 담보돼야 재계약 할 것이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재계약 문제와 관련해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계약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올해 예정된 프로그램의 경우 "청중과 계약한 것인 만큼 천재지변이 나지 않는 한 책임감을 가지고 소화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서울시향)
정명훈 감독은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5층 연습실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재단법인 출범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 간의 실적과 올해 계획을 공개하며 이 같은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말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 사무직원 간 갈등이 붉어지면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말까지 이뤄졌어야 할 정명훈 감독의 재계약도 미뤄졌다. 지난달 30일 서울시향 이사회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계약을 한시적으로 1년 연장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1년 연장안에 대해 이날 정 감독은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정 감독은 자신이 제시한 조건들에 대해 "오케스트라가 계속 발전해야 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이라며 "이미 취임 당시에 제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향 측에서 지난해 굉장히 복잡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고 저는 기다릴 수 있기 때문에 기다리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재계약 여부에 관해 이같이 분명한 기준을 밝히면서도 지난 10년 간 서울시향의 성과를 언급하며 시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 감독은 "10년 동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워낙 열심히 하고 시민들도 많이 호응해줬다"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 “아시아에서 서울시향보다 더 잘하는 오케스트라가 솔직히 말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런 말을 쉽게 하진 않는다”라고도 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시향을 위해 더 할 일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정 감독은 "잘 사는 나라는 많지만 훌륭한 나라는 별로 많지 않듯 잘 하는 오케스트라는 많은데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많지 않다"면서 "개인 판단으로서는 일을 반 정도 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종전 2008년까지 약속 받았던 전용 콘서트홀 건립과 관련해서는 "희망이 이제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결정이 된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현재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공원을 대상으로 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에 관한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완공 예정시기는 이르면 2017년 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아쉬운 심경을 밝혔다. 정 감독은 "시에서 3년 전부터 예산을 계속 깎고 있다. 3년 전보다 20% 내려갔다"면서 "어느 회사든 발전하려면 투자를 하지 누가 예산을 깎나. 그것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약해지고 있는 걸 보고 있다. 잘 해 봐야 그대로 있게 되는 것엔 관심 없다"면서 "발전만 될 수 있다면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향에 올해 배정되는 예산은 지난해보다 6억원 감소한 102억원으로, 이미 시의회 의결을 마친 상황이다. 정 감독은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4월 달에 미국 투어를 가야 하는데 그것도 확실치가 않다. 그걸 못 가게 되면 시향이 완전히 창피를 당하는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감독에 대한 처우가 과하다는 세간의 평과 관련해서는 "그건 돈 주는 사람들한테 이야기해야 한다"며 "그 사람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만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가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은 돈이 얼마 들고를 떠나서 얼마나 일을 잘하고 있느냐, 거기에 대해 만족을 하냐 안하냐일 것"이라며 "(내 임금을 깎으면) 오케스트라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고 하면 그렇게 안 하겠나. 그런데 아무런 도움도 안 주면서 그런 요구를 하는 건 모욕"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 직후 정 감독은 "말로 해야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례적으로 즉석에서 피아노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정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인 고 이원숙씨의 책 제목 <너의 꿈을 펼쳐라>을 언급하며 슈만의 '꿈'을 연주한 후 이어 '아라베스크'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