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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료원 간호사 승소.."태아 장애도 산재" 첫 판결(종합)
인과관계 인정..산모 근로자 산재 적용범위 확대
입력 : 2014-12-19 오후 1:28:20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법원이 어머니의 근로 환경 때문에 선천성 질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태아의 질병을 어머니 근로자의 산재로 인정한 첫 사례다. 업무상 과로 때문에 유산하거나 선천적 질병을 갖은 아이를 출산한 여성을 중심으로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수 있어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자녀의 선천성 심장질환은 임신 초기의 태아의 건강손상에 기인한 것이고 그러한 태아의 건강손상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의 2차 거부처분이 적법하다는 주장을 정당화하려면 '자녀에게 발생한 선천성 심장질환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정당화돼야한다"면서 "공단은 다루기 곤란한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과 이유제시를 회피하기 위해 가장적인 처분사유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근로자 당사자에게 적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산업재해보상보호법'을 근로자 몸속의 태아에게도 적용할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태아의 건강손상은 모체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모체의 건강손상에 해당한다"면서 "여성 근로자의 임신중 업무 때문에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했다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한다"고 밝혔다.
 
또 "출산 전후를 불문하고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요양급여를 제한 없이 지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산재보험법에서 규정하는 태아에 대해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며 태아에게는 독립적 인격이 없으므로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권리·의무는 모체에 귀속된다"고 해석했다.
 
1996년 제정된 독일사회법전의 "엄마에게 업무상 질병을 야기할 정도의 유해요소로 인해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샜다면 (비록 엄마에게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보험사고로 본다"는 규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고용부가 업무로 인해 여성근로자가 유산하거나 유산증후가 발생한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 의견을 제시했지만, 모성과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측면에서 유산, 유산증후와 태아의 건강 손상을 구별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지난 5일 마지막 변론에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작성한 '제주의료원 유산 역학조사 보고서'를 증거물로 채택했다. 보고서는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자연유산은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주의료원은 임신한 간호사의 모성보호를 위해 야간조 근무 면제 외에 그 어떤 배려조치도 없었다"면서 "1주일에 40시간 이상 근로할 수 없지만 평균 45시간 이상 근무했고 근무 중 휴식시간이 거의 없으며 식사시간도 10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간호사들이 약품 분쇄작업을 수행하며 FDA X등급, D등급 약품의 가루를 호흡기와 피부로 흡수했지만, 취급시 주의사항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고 보호장구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들 중 2009년에 임신해 2010년에 출산한 사람은 원고들을 포함해 총 15명이었다.
 
그 가운데 6명만 정상적인 아이를 출산했고, 다른 5명은 유산을 했으며, 4명의 아이들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이에 간호사 4명은 아이들이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난 이유가 임신초기에 산모와 태아의 건강해 유해한 요소에 노출됐기 때문이라며 2차례 요양급여를 청구했으나 이는 기각·반려 처분됐고, 지난 2월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사진=뉴스토마토DB)
 
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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