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박지만(56) EG 회장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15일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만만회'로 불리며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있는 인사 3명이 모두 결국 검찰에 출두하게 됐다.
'만만회'는 박지만 EG 회장,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그리고 정윤회씨의 이름에서 각 마지막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6월25일 라디오 방송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문제를 지적하며 "지금 사실 인사를 비선라인이 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언론과 국민들, 정치권에서 의혹을 가지고 있다. 만만회라는 것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이들 세 명을 직접 거명한 것은 아니지만 그 때부터 '만만회'라는 단어는 언론과 정치권에서 널리 쓰이게 됐다. 박 의원은 이 발언으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 꼬리 무는 의혹..당사자들 직접 검찰로
세계일보의 이른바 '정윤회 문건' 보도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비선실세 의혹은 정점을 찍었다.
집권 2년차인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 현 비서관, 그리고 전 비서실장이 일주일 사이 검찰에 줄줄이 불려나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앞서 정씨는 지난 10일, 이 비서관은 14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그동안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기 꺼려했었다.
비선실세 의혹과 같은 선상에서 산케이 신문의 가토 다쓰야(59) 전 서울지국장이 박 대통령과 정씨를 둘러싼 소문을 보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앞서 기소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온라인 기사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등 사생활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정씨의 박지만 회장 미행설'까지 겹치면서 비선 의혹은 이제 정씨와 박 회장 사이의 '권력암투설'로 걷잡을 수 없을만큼 번졌다.
이들 세 명은 모두 고소인이나 참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본인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대리인이나 서면조사로 대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세간에 퍼진 의혹의 골이 워낙 깊은데다 각종 루머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당사자들은 본인이 직접 검찰에 출석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혹의 핵심 정윤회씨는 검찰에 출석해 의혹이 번지는 과정을 불길에 비유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그 불장난에 춤춘 사람이 누구인지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석 전 언론 인터뷰에서는 "진돗개가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朴회장, 문건 입수-전달 과정 집중 조사
이날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를 만난 경위와 유출된 문건을 어떤 형태로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번 문건보도 관련 명예훼손 사건을 다루는 형사1부와 문건유출을 수사하는 특수2부에서 동시에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 제기된 미행설 등을 포함해 의혹 전반에 대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지난 5월 박 회장과 접촉해 서향희 변호사 등 박 회장의 주변 동향을 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 100여장을 전달했으며, 박 회장은 청와대 내부에 심각한 보안사고가 발생했다는 우려와 함께 청와대에 이를 알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박 회장은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과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유출된 문건을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정 비서관 등은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어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확인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조 전 비서관 등 일명 '7인 모임'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박 회장과 '7인 모임' 인사들이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이 모임과 '문고리 권력 3인방' 간에 권력 암투가 실제로 있었는지 등도 확인하고 있다.
이날 박 회장이 검찰에 직접 출석한 것은 그동안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수사...국정개입 의혹 마침표 찍을까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은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재판과도 맞물리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린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는 정씨를 내년 1월19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오는 16일 열리는 박지원 의원의 첫공판준비기일에서도 변호인 측은 이번 비선실세 의혹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극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문건'에서 언급된 십상시 모임에 대해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 진위 부분에 대해선 대체로 파악이 됐다고 생각된다"면서 이번주에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십상시는 물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 '7인 모임'에 대해서도 실체가 없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요란한 수사 진행과는 달리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는 검찰의 확인으로 비선 의혹 수사가 허무하게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5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