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이렇게 노골적인 감독이 또 있을까. 자신의 아버지를 이름을 극중 주인공의 이름으로 썼다. 어머니의 이름도 그대로 썼다. 덕수와 영자는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 부모님의 존함이다.
윤 감독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만든 영화가 <국제시장>이다. 극중 덕수는 흥남철수로 부산으로 와 서독의 탄광에서 광부가 됐고, 동생의 결혼 비용 마련과 고모의 점포 구입을 위해 베트남으로 떠났다. 생활이 안정되자 이산가족 찾기로 가족을 찾으려고도 한다. 1950년부터 80년대의 역사를 정면으로 관통한 인물이 덕수다.
"우리 아버지는 부산에서 회사원이셨어"라면서 이름만 차용했다는 윤제균 감독을 만났다. 영화 감독이기도 하지만 제작사의 수장이기도 해 비지니스 마인드가 충만한 그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친밀감을 표현했다.
쏟아지는 인터뷰 속에서도 "난 영화 얘기 하는 거 즐거워"라면서 웃음을 잃지 않은 윤 감독은 "아버지 성격이 덕수와 완전히 똑같았다. 고리타분하고 꼬장꼬장하고. 그 당시 그 아버지, 우리들의 가장이었던 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바치는 선물"이라면서 이 영화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내 영화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 진심을 대중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윤제균 감독. 그가 <국제시장>에 어떤 진심을 담았는지 들어봤다.
◇윤제균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정치를 배제한 이유는.."
<국제시장>은 150억원 가량이 투입된 영화다. 초반부 흥남철수와 중반부 서독 탄광 시퀀스, 월남전 당시의 베트남과 후반부 이산가족찾기 시퀀스까지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이 모든 장면을 완벽히 소화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후반작업 기간이 길어졌고, 그만큼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그러다보니 윤 감독은 흥행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틈틈히 취재진에게 "잘 좀 써줘요. 이거 많이 봐야돼"라면서 껄껄 웃음을 짓는 그다. 어떤 감독이 그말을 안하겠냐만은 이번에는 특히 간절함이 보였다.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었다. 자식은 부모를, 부모는 자식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그래서 감독은 후반부에 크게 공을 들였다. 아버지를 향해 자신의 노고를 위안받고자 하며 눈물을 흘리는 황정민의 얼굴을 '원샷원신'으로 담았다.
"그 장면에 공을 많이 들인 이유는 할아버지도 나고, 가족도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가장의 두 모습을 넣은 거예요. 이 영화는 누군가의 아버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잘보면 그 아버지도 누군가의 아들이었다는 이야기거든요. 그 장면에서 덕수의 말이 내가 아버지한테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고."
영화는 네 개의 커다란 에피소드가 하나로 묶여있다. 하나만 떼어놓고 영화를 만들어도 충분한 소재를 네 개나 썼다. "이 영화는 모든 신이 하이라이트"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치 노래로 치면 처음부터 고음으로 치고 나가면서 하이라이트에 더 큰 고음으로 마무리를 짓는 음악과 같다. 누군가는 감정 과잉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좋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렇게 네 개의 에피소드가 묶여있지만 '정치' 이야기는 배제됐다. 정주영, 이만기, 앙드레 김, 남진이 등장하지만 당시 정치인은 나오지 않는다.
"감독이라면 당시의 시대사에 자신의 포지션을 드러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정치'를 거세한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윤 감독은 "못 한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리고는 "이 영화는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만든 영화다. 개인의 순수한 마음으로 출발한 영화다. 근데 그런 영화에 민주화가 안 나오고 정치를 뺐느냐고 하면.."이라며 말을 잇지 않았다.
"영화잖아요. 50부작 대하드라마가 아니잖아요. 그랬으면 4.19도 넣었고, 5.18도 넣었겠죠. 그런데 영화니까 할 얘기가 딱 있는데.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어느정도 비판이 있을 거라는 것은 예상했어요. 하지만 의도가, 아예 출발이 다른 영화라는 점을 이해해주고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윤제균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명량>이 잘 된 이유는 진정성..<국제시장>에도 있다"
미리 영화를 본 기자는 시사회 중 눈물을 흘렸다. 기자들 사이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창피한 일이지만 쏟아지는 눈물은 막을 수 없었다.
이 영화는 애초에 눈물을 흘리게 하려고 작정한 영화 같다. '울면 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안 울려고 버티는데 눈물이 나온다. 그랬으면 거부감이 들 법도 한데 그렇지도 않다. 되려 "영화가 꽤 좋네요"라는 말만 나온다. 대다수 취재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파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에이 누가 신파를 선택해요. 대중이 그렇게 보면 신파지만 제작자가 '이건 신파다'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죠."
그의 대답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중 = 신'이라고 정의했다. 관객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의도를 갖고 영화를 만들면 그 의도가 정확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애초에 울리려는 작전을 써서 울린다면 그건 천재죠. 내가 생각할 때는 공감의 여부라고 봐요. 상황에 공감을 하니까 대부분 눈물을 흘린 것 같아요."
윤 감독은 <명량>이 1700만 관객을 돌파한 이유로 진정성을 꼽았다. 당시 영화관계자들 중 아무도 <명량>이 새 역사를 쓸 것이라는 예상을 못했다. 윤 감독은 결과론적으로 <명량> 제작진의 순수함이 관객들에게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독, 배우들의 진정성과 진심이 전달이 됐기 때문에 1700만이라는 수치가 나왔다고 봐요. 우리도 나와 스태프, 배우들의 진심이 전달되면 흥행할 수 있겠죠. 하하. 의도가 있으면 관객은 귀신같이 알아채요. 대중이 신이거든. 간절한 상황에서 만들 때 잘 될 때가 많거든요. 그 간절함이 영화에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황정민을 캐스팅한 이유도 일맥상통한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인물은 황정민이었다. 오래전부터 영화를 구상할 때 황정민이 캐스팅 1번이었다.
"사석에서 보면 인간미가 있었어요. 인간에 대한 진정성이 황정민한테는 있거든요. 다른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이 진정성만큼은 황정민이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운명처럼 만났다고 생각해요. 내게는 운명 같은 배우."
사실 윤 감독은 유쾌하고 유머를 가진 사람이다. 오랫동안 고생을 거쳐 온 터라 내공도 깊다. 하지만 이 영화 얘기를 할 때 만큼은 진정성이 드러났다.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으로 만든 <국제시장>의 진정성이 관객들에게 통할까. 16일 개봉 이후 관객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