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터널공사 자재를 설계수량 보다 적게 시공해 공사비 차액을 챙긴 시공사 현장소장 등이 적발돼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가운데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대기업의 관계자들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한국도로공사에서 발주한 고속국도 터널공사의 '락볼트' 시공과 관련해 공사비를 과다 청구해 총 187억원을 가로챈 혐의(특가법상 사기)로 선산토건 현장소장 이모(56)씨등 9명을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구산토건, 동부건설, 성보씨엔이, 도양기업, 한양, 대홍에이스건업의 현장소장 등이 사기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들이 챙긴 공사비는 한 사람당 적게는 1억2000여만원에서 많게는 25억4800여만원에 달했다.
또 검찰 수사에 대비해 락볼트 시공 관련 세금계산서 등 서류를 위·변조한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삼환기업 공무팀장 송모(50)씨 등 7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삼성물산의 품질관리팀 대리, 동부건설의 현장소장과 공무과장, 대우건설과 한양의 현장소장도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락볼트는 터널 굴착과정에서 암반에 삽입해 암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두께 2~3cm, 길이 3~5m의 긴 철근
(사진)이다. 락볼트는 터널공사에 많이 쓰는 나틈(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공법에서 주로 사용돼 터널 굴진시에 다른 자재와 맞물리며 터널을 안전하게 해주는 중요한 자재다.
하지만 락볼트는 시공 과정의 특성 때문에 현장 감독이 어려워 터널공사 업계가 관행으로 공사비를 빼돌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락볼트 시공한 뒤 1초만에 굳는 특수콘크리트인 숏크리트를 벽면에 뿜어 부착시키면 안쪽의 실제 시공 여부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또 터널 내부의 분진과 소음 때문에 현장에서 계속 감독하기도 쉽지 않다.
검찰이 도로공사가 발주한 2010년 이후 착공된 76개 공구의 121개 터널을 전수조사한 결과, 무려 38개 공구의 78개 터널에서 락볼트 공사비가 과다 청구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현장 적자로 인해 현장소장이 받는 인사상 문책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락볼트 뿐만 아니라 사토처리비, 포어플링(터널 지보재) 등 다른 주요 자재의 공사비도 같은 방식으로 빼돌렸다. 하지만 쌍벌규정이 없어 법인은 기소돼지 않았다.
수사과정에서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의 현장감독과 검측감리원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터널공사 시공 과정을 면밀히 감독할 의무가 있는데도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감독을 소홀히 했다. 주요자재의 실제 반입물량을 검수하지 않고 거래명세표 등 송장만 확인하는 등 부실 검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도로공사 관계자 등은 뇌물 범행에 대해서만 공무원의 처벌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는 형사 처벌을 면했다. 검찰 관계자는 "안전과 관련된 감리 단계에서는 문서작성죄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를 하거나 징계를 강화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한국도로공사에 과다 청구된 기성금과 미시공 현황 등을 보내 향후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을 통보하고 범죄수익 187억원을 환수할 예정이다. 검찰은 한국도로공사가 시설안전공단에 터널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하도록 할 예정이다. 적발된 터널의 대부분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올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사의뢰에 따라 락볼트 부실시공 수사에 착수했다.
◇락볼트를 시공하는 장면(왼쪽)과 3차 숏크리트를 시공한 장면(사진제공=서울중앙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