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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인사이드)깊어가는 가을, 재계에 칼바람이 분다
입력 : 2014-09-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25일 검찰은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 비자금 의혹 수사에 대한 해명에 진땀을 뺐습니다. 은밀히 진행되어야 할 재계 비리 수사가 초반에 언론을 통해 전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첩보 입수돼 확인하는 초기 단계"
 
처음 보도가 된 뒤 진위를 묻는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쳤고 검찰은 "첩보가 입수돼 확인하려는 초기단계에 있다.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짤막하게 답변했습니다.
 
'첩보가 입수돼 확인하려는 초기단계'. 이 말은 내사는 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다시 말하면 범죄 증거는 아직 확인된 것이 없고 다만 정황이 있을 뿐이지만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지요.
 
참고로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 당국의 수사 절차는 내사와 수사로 나뉩니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보통 제보나 정보활동으로 얻게 된 첩보를 바탕으로 조사하는 것이 내사, 확인 된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수사입니다. 고소나 고발사건에 대한 조사는 수사로 분류됩니다.
 
검찰 지휘부에서 사건을 배당할 때에도 내사사건은 '수제'사건번호를 부여합니다. 반면, 수사사건은 '형제'사건번호를 부여하지요. 따라서 사건의 수제번호가 형제번호로 바뀌었다면 내사사건이 수사사건으로 전환됐다는 뜻입니다. 이때 혐의자 역시 피의자로 전환됩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당초 검찰이 박 회장의 사건을 '첩보' 확인 단계라고 밝혔을 당시만 해도 내사 사건성이 강했습니다. 따라서 수사로 전환되지 않고 내사종결 될 가능성도 있었지요.
 
▶"박삼구 비자금 의혹, 동생과는 관계 없다"
 
이날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도 검찰은 전날의 해명대로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우선 "조사부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는 멘트입니다. 사건이 당초 알려졌을 당시 '비자금'이야기만 나왔지 규모나 용처 등 세부적인 사항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박 회장에 대한 이번 사건은 최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40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형 박 회장을 고소한 사건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러나 "조사부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는 말로 이번 사건이 '별개의 비자금 사건'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동생의 고소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장기석)가 맡아 진행 중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또 "현 단계에서 두 사건을 병행할 생각은 안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별건 수사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에 나온 검찰 관계자의 말입니다.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첩보를) 언제부터 갖고 있었다. 이것은 말하기 부적절하다. 수사를 왜 이 시점에 했느냐. 수사할 때가 되어서 한 것 같다. 시점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수사할 때 됐다"..연기의 근원 찾았나
 
재계에서는 그동안 전 정부시절부터 박 회장의 '비자금' 의혹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실체가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었지요. 연기는 나지만 불은 없었던 형국입니다. 그 연기가 첩보인 셈인데, "수사할 때가 됐다"는 것은 검찰이 그 근원을 찾아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얘기가 여기까지 나오자 검찰 관계자는 다시 '첩보' 즉 내사단계임을 강조합니다. 그대로 옮겨보면.
 
"첩보가 들어와서 확인하는 초기 단계다. 그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림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좌추적 등) 뭘 한다. 이렇게 말 하기는 부적절하다"
 
그리고는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 또는 관계자 소환 등에 대해서는 일절 입을 다물었습니다. 다만 확인 된 것은 이날 소환한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정리를 해보면 결국 검찰이 박 회장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상당한 근거는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첩보'를 쥐고 있었던 것 역시 맞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재현 CJ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도 과거 사건에 발목
 
최근의 예를 보면 검찰 수사에 시점이 그다지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이나 효성의 조석래 회장도 과거의 조세포탈 사건이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박 회장의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언제쯤 시작 될까요?
 
금호아시아나측이 "박 회장이 거액을 횡령해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다. 검찰 조사 결과로 결백하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섣부른 전망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내밀성과 은밀성을 생명으로 하는 수사가 세상에 알려졌으니 검찰은 이미 한층 속도를 올리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담당 검사들과 수사관들은 기약 없는 야근이 시작된 겁니다.
 
박 회장이 결백하다면 내사종결로 끝날 것이고 혐의가 나온다면 곧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그리고 박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와 사법처리가 진행되겠지요.
 
가을이 깊어가는 이 때, 재계는 또 한 번 검찰 수사의 칼바람을 맞게 됐습니다.
 
◇불 밝힌 서울중앙지검 청사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사진=뉴스토마토)
 
 
이 뉴스는 2014년 09월 25일 ( 21:19:32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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