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2014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SPAF)가 바야흐로 3일차로 접어들고 있다. 국내외 주요작품이 하나씩 베일을 벗으면서 축제는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축제의 화제작은 개막작인 베를린 ‘샤우뷔네’와 영국 연출가 케이티 미첼의 연극 <노란 벽지>다. 이 작품은 현대실험 연극의 메카라 여겨지는 독일 극장 샤우뷔네에서 2013년 초연한, 따끈한 신작이다. 19세기 미국의 여권주의 작가 샬롯 퍼킨스 길먼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사진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선 독특한 무대 구성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무대 중앙에는 노란 벽지로 도배된 방이 무대세트 모습 그대로를 노출한 채 놓여 있다. 또 무대의 가장 오른편에 있는 공간은 같은 방이지만, 대신 노란 벽지가 갈기갈기 찢겨나간 모습으로 노출된다. 이 두 곳, 그리고 복도 공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카메라맨들이 촬영하고 그 내용물은 실시간으로 대형 화면에 투사된다.
위의 두 공간이 극의 시각적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공간이라면, 중앙 세트 양 옆의 두개의 부스는 청각적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공간이라 볼 수 있다. 이중 제일 왼쪽 부스에는 한 스태프가 상주하며 주연 배우 주변에서 들려옴직한 물 흐르는 소리, 컵 내려 놓는 소리 등 사소한 일상적 소리를 각종 도구로 훌륭하게 재현해낸다. 중앙 세트 오른쪽 옆 부스에는 시종일관 주인공의 내면 목소리를 내레이션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위치한다. 이렇게 외적인 소리와 내적인 소리가 아주 예민하게 다뤄지면서 주인공의 피폐한 심리 상태를 극대화해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멀티미디어의 활용이 이 극을 산만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전체 집중도를 극대화하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노란 벽지 뒤에 누군가 숨어 있다’는 주인공 여성의 강박은 이들 멀티미디어의 힘을 빌어 더욱 가중된다. 이 작품은 연극과 영화의 경계를 끊임 없이 넘나들면서 감각에 대한 실험에 몰두한다.
국내외 수작을 통해 예술계에 자극과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취지로 열리는 이 축제는 오는 10월19일까지 총 25일 간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다. 개막작 외에 영국 연출가 제스로 컴튼의 연극 <벙커 트릴로지 : 모르가나, 아가멤논, 멕베스>, 벨기에 무용단체 니드 컴퍼니의 <머쉬룸> 등 해외초청작 8편, 그리고 오태석 연출가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이윤택 연출가의 <코마치후덴> 등 국내초청작 11편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