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나는 국회의원 당선 10년차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출판기념회를 한 적이 없다. 쓸데없이 많은 분들에게 부담을 드리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되었기에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지 않았었다."
3선 의원인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은 지난해 9월 출간한 자신의 책 <상식의 정치> 서문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정치 생활 10년 만에 처음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던 그는 당시 유치원총연합회 회장 등으로부터 33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1년이 지난 뒤 법정에 서게 될 줄은 아마 몰랐을 겁니다.
검찰은 신 의원이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축하금이 지난해 4월 유치원 경영주 측에 유리한 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한 대가라고 판단해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해 15일 기소했습니다. 선거 전 90일 이내에만 열지 않으면, 후원금 액수 등 아무 제한이 없어 사실상 공공연한 로비창구로 이용된 출판기념회가 처음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겁니다.
신 의원도 1만6000원 짜리 책 몇권으로 받은 3360만원이 떳떳한 돈은 아니라고 생각한 걸까요. 그는 그때 받은 현금을 계좌가 아닌 '금고'에 넣었습니다. 서울종합예술학교(SAC) 입법 로비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신 의원의 대여금고를 압수수색해 현금 수천만원이 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같은 법 적용에 대해 야당은 '전례없는 표적수사'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보통 의원들이 임기 중 출판기념회를 1~2번 여는 것이 보통인데, 이와 비교하면 신 의원은 오히려 매우 적은 편입니다. 지난 4년동안 출판기념회를 6번이나 한 의원도 있는데, 출판기념회 첫 수사의 대상이 된 신 의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렇게 긴장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 시민회의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19대 의원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연 적이 있는 의원은 (300명 중) 192명이나 됩니다. 출판기념회 축하금으로부터 자유로운 국회의원은 많지 않다는 얘깁니다.
표적 수사 논란이 확대될까 검찰도 조심스럽습니다. 수사라인에 있는 검찰 관계자의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출판기념회가 뇌물의 창구로 이용된 단서가 확보돼 수사를 한 것이지, 출판기념회 자체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할 계획은 없다"
출판기념회에 대한 수사 확대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고 있습니다. 신 의원에 대한 표적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이 취하고 있는 일관된 입장이기도 합니다.
물론 200명에 가까운 의원들의 출판기념회 자금을 검찰이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각종 청탁 대가로 축하금을 냈지만 청탁이 이뤄지지 않은 기업이나 협회 관계자가 제보를 하거나, 금품을 건넨 자의 진술이 확보될 경우 검찰이 출판기념회 수사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겁니다. 혐의가 있는 의원에 대해 수사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차원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단계까지는 신 의원의 혐의가 짙다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신 의원에 대한 영장청구를 기각하며 "법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출판기념회 축하금 수수에 대한 뇌물죄 적용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추석 연휴 이후로 신 의원 등에 대한 기소를 미루며 검찰이 보강한 수사 내용이 무엇일 지는 앞으로 법정에서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법원이 신 의원이 받은 출판기념회 축하금의 대가성을 인정하고 유죄로 판단한다면 검찰 수사의 양상은 물론 정치권, 재계도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출판기념회 자체에 대한 정치자금법 수사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대답을 무려 8번이나 할 정도였으니까요. 유죄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무분별한 출판기념회 후원금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차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출판기념회와 관련해 상식적인 축하금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논란은 끊이지 않을 듯 합니다. 또 '오세훈법'으로 공식적인 정치후원금 한도가 줄어든 대신 출판기념회를 통한 로비가 성행하는 것처럼 또 다른 풍선효과만 생기지 않을까요.
이 뉴스는 2014년 09월 15일 ( 19:46:16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