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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가을 감수성 자극할 '슬픈 연극' 한 편
입력 : 2014-09-09 오전 9:43:36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연극 <슬픈 연극>
 
사계절 중 감수성을 가장 자극하는 계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가을을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까지 햇볕은 쨍쨍합니다만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 한밤 중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등이 가을이 바로 문 앞에 다가온 것을 느끼게 하는데요.
 
극단 차이무는 이런 관객의 수상한 마음을 참 잘도 읽어내는 것 같습니다. 가을 감수성을 자극하는 <슬픈 연극>이 추석 직전부터 대학로에서 공연 중이거든요. 2004년, 2005년, 2006년에 공연된 후 8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올해도 가을을 택했습니다.
 
이전 작품의 경우 김중기·이지현, 박원상·문소리 등 쟁쟁한 배우들이 짝을 이루며 관객몰이에 성공했었는데요. 이번 공연에서는 강신일·남기애, 김중기·이지현, 김학선·김정영 배우가 각각 콤비를 이루며 어느 오래된 부부의 특별한 하루를 연기합니다. 슬픈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올 추석에는 조금 색다르게 슬픈 연극 한 편 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슬픈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 강신일과 남기애(사진제공=이다 엔터테인먼트)
 
◇슬픈, <슬픈 연극>
 
제목부터 최루성 연극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옴직한 이 작품, 솔직히 눈물샘 자극하는 연극 맞습니다. 죽음을 눈 앞에 둔 남편 장만호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아내 심숙자가 주인공인데요. 작품은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남편과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작은 희망에 기대는 아내의 어느 날 저녁을 그립니다.
 
대충 줄거리만 봐도 참 슬프겠지요? 그런데 이 작품, <홍도야 우지 마라> 류의 완벽한 신파는 아닙니다. 감상적이긴 하지만 또 그 가운데 주인공들이 살아낸 한국사회의 모습이라든가 거대한 사회 매커니즘에 영향 받는 소시민적 삶의 부조리함을 일부 전달하거든요.
 
19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죽도록 일하고, 문민정부 이후 잠깐의 호경기를 맛보다가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IMF를 맞게 되고, 또 어떻게든 살아남았더니 이번에는 병마가 찾아온다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비극적 멜로드라마라는 이야기틀이 작품을 감싸고 있지만 굳이 또 '신파'라고 얕잡아 부르고 싶지는 않은, 그런 작품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연극은 그냥 <슬픈 연극>입니다.
 
◇관객에게 말 거는 연극..그런데 왜?
 
사실 이 작품에는 신파라는 딱지에서 가까스로 벗어나게 하는 연극적 장치가 있습니다. 2인극이면서도 두 인물의 대화로만 진행하지 않고 인물 각각의 독백을 비중있게 다룬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독백, 조금 특이합니다.
 
남편과 아내가 일상적인 하루의 모습을 연기하다 둘 중 하나가 어떤 이유로 무대에서 빠져나가면 무대에 남은 인물이 독백을 하는 식인데요. 이 독백은 햄릿의 대사처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는 식의 혼자 읊조리는 대사가 아닙니다. 배우들은 극중 중간중간 내 아내, 내 남편에 대한 소개를 관객에게 직접하는, 소위 이야기꾼으로 변신합니다.
 
이러한 장치가 관객 감수성의 이완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만, 동시에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왜 갑자기 인물에서 빠져나와 관객에게 말을 거는 지 불분명하기 때문이죠. 제 경우에는 이런 형식에 적응하는 데 시간 좀 걸렸습니다. 군대 시절을 회상하다가 갑자기 배우가 관객에게 '요즘은 군대 기간이 얼마나 돼죠?'라고 묻는 식이거든요. '기억력이 좋지 않은' 이 부부를 위해 관객은 어느 순간 배우의 질문에 답을 하며 연극 만들기에 동참하게 됩니다.
 
(사진제공=이다 엔터테인먼트)
 
관객으로 하여금 두 부부 이야기 속 슬픈 감상에 흠뻑 빠져들지 않게 하려는 의도는 읽히는데 솔직히 관객에게 무대의 약속을 억지로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관객과 배우 사이의 가상의 벽, 즉 제4의 벽이 수시로 세워졌다 무너졌다 하는데 브레히트처럼 관객을 무대 위의 우스꽝스러운 가상-현실에 참여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제4의 벽을 허무는 것도 실은 아니라서...그 목적과 효과가 조금은 단순해 보입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흥행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차이무 작품답게 배우가 잘 보이거든요. 연극의 꽃은 배우라는 말, 들어보셨죠? 연극은 아무리 연출을 잘하고 무대가 멋있어도 배우들의 연기가 별로이면 보기 힘들거든요. 다르게 말하면 연기 잘 하는 배우는 또 관극경험의 질을 끌어올리는 무시무시한 힘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연극은 다 어렵고 지루하다고 여기는 연극 초심자 여러분께 권해드리고 싶네요. 베테랑 배우들과 아이컨택트하며 대화에 동참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극이란 장르의 매력에 쏙 빠져들게 되실 겁니다.
 
- 공연명 : <슬픈 연극>
- 시간 : 2014년 9월3일~11월2일
-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 작·연출 : 민복기
- 제작 : 극단 차이무
- 출연진 : 강신일·남기애, 김중기·이지현, 김학선·김정영
- 티켓가격 : 전석 3만5000원
- 문의 : 02-762-0010
 
 
이 뉴스는 2014년 09월 5일 ( 8:52:8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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