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김민성기자] 금융당국이 각종 금융범죄의 매개체가 된 대포통장 근절에 나서기로 했지만 통장만드는데 시간만 더 걸릴 뿐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매년 5만개 이상의 대포통장이 피싱 대출사기에 이용돼 소비자들의 피해가 급증하자 계좌 개설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의심거래로 판단되는 고객에 대해 추가 확인을 거치도록 했지만 은행에서 통장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면 소비자 민원만 증가할 수 있어 실효성 여부를 두고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양현근 금감원 서민금융지원 선임국장이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업무추진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하늬기자)
12일 금융감독원은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업무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예금계좌 개설 관련 주요 의심거래 사례 90개를 만들어 각 은행이 개설업무에 참고토록했다.
◇90개 사례 참고해 대포통장 의심되면 계좌개설도 거절 가능
고객이 계좌를 개설할 때 90개 사례에 포함되는 의심거래로 판단되는 고객에 대해 추가 증빙자료 요청 등을 통해 예금계좌 개설 목적과 신원확인 절차 등을 거쳐 통장발급 여부를 판단하는 것.
만약 고객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검증결과 대포통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계좌개설을 거절하는 방식이다.
예를들어 고객이 제3자를 동행해 예금계좌를 개설하는데 개설인이 목적과 거래금액, 이체한도, 비밀번호 등을 동행인에게 문의하거나 개설된 통장을 인계하면 의심거래로 판단한다는 것.
또 가족이나 후견인이 아닌 자가 노숙자 또는 지적장애인 등 의사표현이 곤란한 고객과 동행해 통장개설인과의 관계를 물어보면 단순히 도와주러 왔다고 주장하는 사례이다.
이처럼 의심고객에 대해서 계좌개설을 거절하거나 예금계좌 개설 후 각 금융회사별로 '의심계좌 모니터링 시스템'에 등록해 모니터링을 통한 사후관리를 지속할 방침이다.
2분기부터는 영업점끼리도 계좌개설 거절정보를 같은 금융회사 내에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계좌개설 거절 후 타점포를 내점해 대포통장을 발급받는 행위도 차단키로 했다.
양현근 금감원 서민금융지원 선임국장은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예금계좌 개설절차 등에 대한 내부통제와 의심계좌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등의 대책을 통해 서민생활 침해행위의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포통장 확인 절차에서 소비자 민원 증가 우려..은행권 부담
금감원은 '의심사례'에 대해 TF작업을 통해 그동안 은행 영업점에서 실제 발생한 대포통장 피해사례와 모니터링 대상 유형을 발굴·수집해 90개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원이 통장개설 손님을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크다. 시간에 대한 압박도 크고, 손님을 의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민원 처리 문제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목적 확인제도'에 대한 고객들의 불편과 불만도 큰 상황이다.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목적 확인제도'는 개인 고객이 1개월 이내에 2개 이상의 예금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은행 직원이 거래목적을 확인하고, 목적이 불명확하면 계좌 개설을 거절토록 하는 것이다.
같은 은행 뿐만 아니라 타 은행도 포함해 한달 내 통장을 2개 이상 개설하려면 예금계좌 개설 목적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한 은행 고객은 "자녀 용돈 계좌와 생활비 계좌를 나눠 쓰려고 통장을 만들었는데 거래목적 확인서를 제출하라고 해서 매우 기분 나빴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민원부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A은행 관계자는 "의심가는 고객에 대해 절차를 물어보게 되면 시간이 소요돼 기다리는 손님에 대한 불만이 크다"며 "특히 바쁜 시간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B은행 관계자도 "은행 내에서도 대포통장을 걸러내려는 전담 팀이 구성돼 있다"며 "다만 창구에서 한 사람만 붙잡고 의심하기에는 다른 손님에 대한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C은행 관계자도 마찬가지. 그는 "대부분 고객들이 업무를 빨리 처리해주길 바라고 있어 꼼꼼히 살펴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의심 고객의 민원으로 곤경을 처할까 더 무섭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민원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당국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홍재 금감원 서민금융사기대응팀장은 "은행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민원과 관련된 부분 이지만 한 군데에서만 민원이 발생하지 않고 전 은행에서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며 "초기에는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정착이 잘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