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대형 증권사들이 내년에 채권 보유 규모를 크게 줄일 방침이다. 채권금리가 상당 기간 추세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너도나도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것이다. 특히 지난 1분기 채권으로 대규모 손실을 낸 경험이 증권사들이 채권 손실 최소화에 나선 배경이 됐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 채권운용본부는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채권 보유 규모를 올해 대비 10~20% 정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보유채권의 30% 감축 계획을 밝힌 증권사도 있을 정도다.

통상 채권보유 규모가 클수록 평가손실 규모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이 대거 채권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감독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62개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규모는 고유계정 기준 139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44.5%(61조9000억원)는 국내 5대 대형증권사의 몫으로 각각 10조원이 넘는다. 채권규모와 비중이 큰 대형 증권사일수록 고민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 A대형증권사 채권부문 임원은 "내년 채권보유액을 올해의 70% 정도로 줄일 계획"이라며 "채권운용 부문 손익에 대한 계획도 줄이고 보수적으로 가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 과도한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채권에 비중이 쏠렸던 면이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이 같은 흐름이 둔화될 것이란 진단이다.
B 대형증권사 채권부문 임원은 "이제 추세적인 채권강세는 끝났다고 본다"며 "사서 많이 벌기보다 최대한 시장 노출을 줄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내년 채권금리의 추세적 상승이 시장의 컨센서스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채권운용 규모를 올해보다 줄일 것이란 설명이다.
C 대형증권사 채권부문 임원은 "10~20% 정도 축소키로 회사와 협의를 끝낸 상태"라며 "일단 내달 중순까지는 추가 자금 신규 매수는 자제하고 유동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채권금리가 오를 개연성은 크지만 증권사의 금리상품 구조화 부문에선 오히려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신재명 신한금융투자 채권운용 본부장은 "금리가 오르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며 "프랍 트레이딩(자기자본거래) 쪽에서는 물론 어려움이 있겠으나 환매조건부증권(RP) 운용 쪽이나 금리 상품 구조화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