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꾀병이다. 아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건강상태를 놓고 때 아닌 논란이 불거졌다.
8일 <한겨레>는 효성그룹 내부문건을 입수했다며, 이를 근거로 조 회장의 최근 입원이 철저한 사전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라고 보도했다.
‘회장님 건강문제 관련 참고자료’로 이름 붙여진 문건을 보면, “79세 고령인 데다 암 수술 후유증으로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적혀 있다.
또 “출국금지와 세무조사, 검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힘들어 한다”며 “평소 주말에도 출근해 경영 현안을 직접 챙겼는데, 인사팀 직원에 따르면 8월 중순부터는 주말에 거의 안 보이신다고 한다”고 고 명시돼 있다.
문건은 이어 조 회장의 입원 경우를 별도 항목으로 해서 “담당의사가 '암 환자에게는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혔다"고 돼 있다.
효성그룹은 일단 해당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 “지원본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주요 임원들을 대상으로 회장님의 건강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내부 자료”라고 시인했다.
다만 조 회장의 입원이 사전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효성그룹 핵심 관계자는 “문건은 지난달 13일 작성됐다. 바로 이틀 전에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며 “압수수색을 앞두고 대응논리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질 않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효성그룹의 강변에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먼저 내부 고위임원들을 대상으로 조 회장의 건강 상황을 설명한다면서 왜 간접적 화법을 사용했느냐는 점이다. “알려졌다”, “인사팀 직원에 따르면...안 보이신다고 한다” 등 시중에 나도는 증권가 정보지 형식을 취했다.
이는 결국 언론 등 대외적 용도로 활용키 위해 만든 자료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 효성은 앞서 조 회장의 건강이 최근 악화된 점을 여러 채널을 통해 강조하고 다녔다. 총수의 건강상태는 그룹 내부에서도 핵심 임원들만 아는 기밀인 데다,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하면 효성의 이 같은 행동은 이례적이다.
조 회장은 이를 통해 검찰 소환과 국정감사 증인 출석 등 소낙비를 피할 수 있었으며, 검찰 구형과 법원의 선고 시에도 동정심을 호소할 수 있을 여지가 충분하다. 나아가 법정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형 집행정지, 보석 등을 신청할 명분이 된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선이다.
더욱이 조 회장이 최근까지 경영 일선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다는 점에 비쳐볼 때, 갑자기 병실 신세를 질 정도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점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석래 회장은 지난달 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산업기술 페어 2013'에 참석, 한일 양국 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조 회장은 후계구도를 명확히 하지 않을 정도로 경영 현안을 직접 챙겨왔으며, 지난달 1일에는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이사장으로 대외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연설문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기는 그의 성정은 최근까지도 주위를 힘들게 할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는 전언이다.
효성 측은 이에 대해 “지난 2010년 담양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데다 고령인 탓에 고혈압과 심장 부정맥 등 지병도 있었다”며 “최근에는 검찰 수사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극도의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11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날 병원에 입원했다가 2~3일 안정을 취하고 난 뒤 퇴원했다. 이후 지난달 말 다시 입원했다. 그가 있는 서울대병원 VIP 병동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구속 집행 정지로 입원 중이며, 앞서 신장이식 수술로 입원했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증세가 호전됨에 따라 지난달 말 퇴원했다.
조 회장은 현재 수천억원대 세금 탈루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다. 이미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상당 부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과 검찰이 칼을 빼들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해석도 흘러나왔다. MB 사돈가에 대한 현 정권의 표적수사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