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지난 17~18일 17명의 독립공연예술가와 함께 작지만 내실 있는 한 밤의 공연축제를 선보였다.
'한여름밤의 작은 극장'이라는 이름의 이번 공연축제는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작은 극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부지 일대에서 열렸다.
공연의 주된 목표는 어린이청소년극 배우의 창작역량 강화와 아동청소년 관객 개발 등 크게 두 가지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1~2인극 작품개발을 통해 작·연출·연기 등 배우의 종합적인 창작역량을 강화하고 어린이청소년극의 실험적인 양식을 개발하는 한편, 향후 학교와 지역사회, 문화기관 등에서 현장 공연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연극배우, 그림책 작가, 이야기꾼 등 '한여름밤의 작은 극장'에 참가한 예술가들은 모두 독립공연예술가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연구소 측에 따르면 독립공연예술가란 언제 어디든 관객을 찾아가며 스스로 지속 가능한 활동을 펼치는 예술가를 지칭한다.
참가작은 <싸이코시스 커튼을 여세요>, <돈키혼자>, <벌레가 된 소년>, <아코>, <분장실>, <제랄다와 거인>, <봄날은 간다>, <눈물풍선>, <늴리리 쿵더쿵>, <녹두영감과 토끼>, <우리 집에 사는 신들>, <손순례 여사를 소개합니다>, <행복한 네모이야기>, <보이스>, <무나이야기>, <선물>, <재주있는 처녀> 등 총 17편이다. 지난 2월부터 어린이청소년극배우워크숍을 거쳐 11작품이 선정됐고, 작은 극장 프로젝트의 취지에 맞는 6작품이 초청됐다.
관객이 있는 곳이면 언제 어디든 찾아간다는 '작은 극장 프로젝트'답게 이들 독립공연예술가의 공연 중에는 일상 속 이야기나 도구를 활용해 친숙함을 자아내는 작품이 많았다. 또 예술가들은 스튜디오 극장뿐만 아니라 분장실과 휴게실을 비롯해 야외공간, 사무동 등 붉은색으로 칠해진 국립극단 건물 곳곳에서 게릴라처럼 공연을 열며 이번 프로젝트의 지향점을 엿보게 했다.
실제 상연된 작품을 살펴보면 음악극, 인형극, 다큐 등 장르가 다양했지만 대체로 신체언어와 소도구를 적극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눈에 띄었다. 이미라의 1인극 <돈키혼자>의 경우 고독에 몸부림치다 결국 고독을 인정하고 정의의 사자가 되어 용기를 나눠주는 돈키혼자의 이야기를 언어유희로 풀어냈는데 이 과정에서 고무장갑, 케이크 칼과 포크, 바늘과 골무, 라면 용기 등 일상 소품이 대거 등장해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고명희의 1인극 <손순례 여사를 소개합니다>는 부산 동래시장 장안상회 주인인 손순례 할머니를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을 얻는 과정을 그렸다. 칠판에 판서를 하고 녹음기를 트는 등 마치 수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손순례 할머니의 육성을 통해 '즐거움을 누가 주나, 내가 찾지'라는 삶의 진리를 설파했다.
스튜디오 극장 안에서 진행된 오정은의 1인극 <봄날은 간다>는 무대의 기동성을 확보하면서도 다른 공연에 비해 미장센에 공을 들인 경우다. 작품의 화자는 어른이 된 나와 내 아이의 현재 모습을 통해 어머니와 어릴 적 나 사이의 기억을 더듬는다. 부재하는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으로 성장하는 아이의 한 때는 '봄날'로 상징되는데, 배우는 그 그리움의 감정을 헝겊 인형과 조각 천의 아름다운 움직임을 통해 한편의 그림동화처럼 펼쳐냈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작은 극장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공연 매개 장터로서 역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날 공연장에는 관객 외에 다양한 공연 관계자들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연구소는 작은 도서관, 북카페 등 소공간 운영자 및 문화기획자가 '작은 극장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가와 직접 만나고 공연을 섭외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힘쓴다는 방침이다.
(사진=김나볏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