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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믿음에 대한 진지한 탐색..대본 구성의 아쉬움
상상만발극장의 연극 <믿음의 기원1>
입력 : 2012-12-03 오후 7:23:31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진정한 믿음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상업성을 지양하고 실험성 짙은 공연 보급에 앞장서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공연장 '예술공간 서울'. 개관을 기념해 기획 시리즈로 준비한 연극 <믿음의 기원1>은 제법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표면상으로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정작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믿음 간의 충돌과 갈등'이라는 테마가 흐른다. 
 
연출가 박해성이 전작 <타이터스>와 <아이에게 말하세요> 등에서 탐구해온 주제, 즉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되는, 서로 다른 두 신념의 갈등과 대립'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다.
 
추후 만들어질 <믿음의 기원> 시리즈는 아마도 신념의 충돌 문제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해답을 구하는 연극이 될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17년 전 아이를 잃어버린 어느 부부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해석은 서로 다르다. 
 
'아이는 당시에 유괴되지 않았으며 최근 경찰서에서 신상명세가 일치하는 사람을 찾았다'는 남편과 '아이는 남편의 내연녀가 유괴했으며 이미 죽었다'는 아내는 서로 대립한다.
 
이들 부부의 아이일지도 모르는 24살의 여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부모는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억이 없다.
 
과거에 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이 유사 가족과 일대일로 대화하며 이들이 가족이라는 것을 증명할 만한 요소들을 찾아 다닌다.
 
극은 믿음을 구성하는 일반적인 요소 중 하나로 기억을 꼽는다. 하지만 동시에 기억에 근거하는 믿음에 대해서 탐탁치 않아 한다. 극을 통해 작가는 기억이 과연 믿음의 구성요소, 믿음의 기원이 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극 중에서는 아이가 당근을 '오도독' 씹어 먹던 소리, 깨 볶는 냄새, 샛노랗던 단무지 등 17년 전의 기억들이 파편적으로 교차한다. 대부분이 불확실한 감각에 기반하고 있는 기억들이며, 그 내용마저도 서로 다르다.
 
남아 있는 당시의 사건 기록물은 불완전한 것들뿐이다. 형사는 작가의 문제의식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형사가 끊임없이 그런 감각에 기반한 기억은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말하며, 이들의 기억은 결국 하나의 믿음을 구성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극은 희망을 암시한 채 마무리된다.
 
극중 내내 평행선을 그리던 세 사람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각자의 기억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서로의 눈을 마주한다. '가족의 탄생'이라는 모양새를 빌어 '믿음의 탄생'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이러한 내용을 표현하는 극의 형식은 흥미롭다. 관객석은 무대 위에 동심원을 그리며 배치돼 있다. 배우들은 의자들 사이의 좁은 통로로 지나다니며 배회하기도 하고, 관객석 옆의 빈 의자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관극 경험 자체가 내가 무엇을 듣고 보았는가에 대한 믿음, 그리고 기억에 대한 실험인 셈이다. 자기 자리 근처를 스쳐지나가는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말미암아 관객은 상상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배우들의 말과 움직임 속에서 관객은 극장 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실재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혹은 무언가가 과연 실재하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된다.
 
흥미로운 연극 실험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구성의 허술함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도구로 사용한 추리라는 장르가 결과적으로 주제탐구의 방향을 흐트러뜨렸다.
 
남편과 아내의 대립 속에 형사가 등장해 남편과 아내의 말 중 어느 편이 맞는지 저울질 하기 때문에 관객도 이에 따라 누구 말이 맞는지 극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된다. 관객이 추리의 게임에 적극 동참하는 순간 믿음이라는 테마에 대해 사색할 여유는 잃게 된다.
 
단어의 정의가 불분명한 점도 극에 대한 이해를 방해한다. 대개 믿음이라는 단어는 '신념'이라는 거대담론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믿음의 기원1>에서 인물들이 각기 지니고 있는 믿음은 '어떤 사안에 대한 근거나 확신' 또는 '서로 간의 신뢰' 정도의 의미에 머무른다. 이 극이 정확히 어떤 범주의 믿음을 탐색하는가가 극의 전반부에 암시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이 극에서의 믿음을 '우리 아이가 살아 있느냐 아니냐에 대한 확신' 혹은 '가족간의 믿음' 같은 의미로 축소해 받아들일 소지가 있다.
 
실험적인 연극 형식, 전반적으로 매끄러운 연출에도 불구하고 극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결국 희곡 구조의 취약함 때문이다. 극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여러가지 목표가 흥미로웠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여러 갈래로 뻗은 갈림길에서 이해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부유하게 되는 점이 아쉽다.
 
작·연출 박해성, 제작 상상만발극장, 조명 김형연, 출연 선명균, 주혜원, 김훈만, 김신혜, 12월9일까지 예술공간 서울.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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