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우리 정부의 예상대로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경우 국내 제약산업은 '약가인가'에 이어 또 한번의 큰 시련을 겪게 될 전망이다.
자유무역협정에 신약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복제의약품(제네릭) 제조시판을 미룰 수 있는 '허가 특허 연계제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즉 국내 제약사가 특허 신약을 바탕으로 복제약이나 개량신약을 생산할 때 다국적제약사가 이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즉시 허가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 신약이 아닌 복제의약품을 갖고 있는 국내제약사로는 의약품 생산 판매에 악재를 만나게 됐다. 당장 내년부터 출시 예정인 복제의약품부터 비상이 걸렸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 분위기는 한마디로 '폭격' 맞은 것 같다. 내년부터 시행될 '새 약가산정방식'에 이어 한미FTA 발효로 앞이 보이지 않은 긴 터널에 이제 막 진입해서다.
실제로 정부가 내놓은 자료만 봐도 한미FTA 발효 이후 국내 복제의약품 시장은 크게 위축된다.
14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내 복제의약품 생산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686억~119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 위축에 따른 소득 감소분은 457억~797억원에 달한다.
다만 위안을 받을만 한 것은 정부가 한미FTA 발효 이후 '허가 특허 연계제도'를 3년간 유예하자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국내 제약산업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이 제도(허가 특허 연계제도)를 3년간 유예한다고 해서 특별한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국적제약사들은 불보듯 뻔히 신약특허 연장카드를 들고 나올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 관계자도 "지난 8월에 발표된 약가 인하 정책에 이은 한미FTA 발효는 국내 제약 산업을 고사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다국적제약사들은 호재를 만났다. 그동안 신약 특허가 만료되지 않았음에도 국내제약사들이 복제의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것에 크게 불만을 갖고 있던 차에 법적인 제제 조치가 만들어지면서 당연하다며 환영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대 15년 이상 막대한 신약개발비용이 들어가는데 국내제약사들은 특허 만료되기만을 기다렸다가 복제의약품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를 계속해왔다"며 "신약 특허권이 이제사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고 흡족해했다.
'허가 특허 연계제도'를 너무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간의 갈등으로 보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제약 산업은 이제 글로벌 산업이 됐다"면서 "국내제약사들도 최근들어 연구개발(R&D) 부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신약 특허를 갖고 있다면 국내외제약사 상관없이 미래 제약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기술의 문제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