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국내 5개 증권사의 주식워런트증권(ELW) 담당자들이 ELW 매매 도중 부당한 방법을 썼다는 혐의로 기소된 스캘퍼(초단타매매자)에 대한 공판에서 자사의 ELW 거래 시스템 구성도를 법정에서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다.
스캘퍼들에게 ELW 주문시 반드시 체크해야할 항목 중 일부만 체크하도록(가원장) 허용하고, 증권사 내 트레이딩룸을 제공해 스캘퍼의 PC와 FEP 서버를 연결하도록 함으로써 매매 과정에 편의를 제공한 정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6일 진행된 ELW 스캘퍼 박모씨 등에 대한 공판에서 재판장은 "이번 사건의 쟁점은 스캘퍼들의 ELW 거래 방법이 '부정한 수단'인지 여부"라며 "증권사들이 제공한 편의에 대한 법리적 문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이달 내로 내려질 예정인데도 변호인은 공판 내내 '차별적 속도'를 문제삼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만 반론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장은 "피고인과 거래했던 5개 증권사가 각각 어떤 방식의 ELW 거래 시스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지, 증권사가 일반투자자들과 달리 피고인들게만 제공한 혜택, 내부 전산망의 방화벽 위치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박씨측의 변호인은 "'부정한 수단' 여부에 대해서도 뒷부분에 반론을 준비하고 있다"며 "각 증권사의 ELW 담당자들에게 내부 전산망 시스템 구성도를 자세하게 그려오게 해서, PPT를 이용해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 LIG투자증권, 대신증권, 유진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 ELW 담당자들은 이번달 19일에 열리는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됐다.
이날 공판에서는 지난 기일에 논란이 됐던 '유동성공급자(LP)의 내재변동성을 예측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LIG투자증권 IT추진팀장 오모씨는 "LP의 내재변동성을 계산함으로써 호가를 예측할 수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내재변동성은 계산하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된다. LP가 생각한 내재변동성과 매매자가 예상하는 내재변동성은 180° 틀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이어 "LP 호가 잔량이 띄엄띄엄 회원사에게 전송되기 때문에 ELW 시장에서 내재변동성을 추정한다는 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선 공판기일에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했던 조모씨는 "LP의 내재변동성은 예측할 필요 없이 계산하면 된다. 바로 직전에 거래된 값을 다음 거래에서 사용해도 큰 손해를 입지 않는 오차 범위 안"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또 조씨는 "LP 호가 잔량은 매매자에게 꾸준히 잘 전달된다. '20초에 한 번' 경우는 아주 이례적이다. 매매자가 아주 정확하게 내재변동성을 맞출 순 없지만, 오차 범위내에서 추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조씨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학생으로 선물옵션과 ELW 시장에서 거래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조씨는 지난 2009년 초 주식 · 선물 자동거래 시스템을 개발해 350%가 넘는 고수익을 올렸다며 투자자를 끌어 모아 36명에게서 35억원을 유치한 뒤, 이 돈을 임의 투자해 큰 손실을 본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 같이 LP의 내재변동성을 예측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증인 간의 진술이 엇갈리자 재판부는 박씨의 변호인 측에 "KOSKOM(한국전산증권)에 LP 호가 잔량을 회원사에게 몇 초 단위로 전송하는지 직접 사실조회를 요청하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박씨가 ELW 거래 과정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속도'를 중요시했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검찰은 박씨의 회사에서 ELW IT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송모씨(박씨의 처남)에게 "송씨가 팀원간 회의 내용을 적은 노트를 살펴보면 Block 주문(대량주문을 혼란 없이 처리하기 위한 매매방법), 주문 체번(주문이 체결됐음을 알리는 응답을 받지 않고 바로 다음 주문을 체결하는 방법) 등에 대해 적혀 있는데, 이는 결국 '속도를 높이기 위한 회의'를 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송씨는 "속도를 개선하기 위한 회의였다. 다만 대량주문을 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일정 속도를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답했다.
스캘퍼 박씨 등에 대한 공판은 7일 오후 2시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