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법조계와 재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준법지원인' 제도가 자산규모 5000억 이상의 상장기업들에게 적용되는 방안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일정 요건을 넘는 상장사가 법조 경력이나 지식이 있는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채용해 기업경영을 감시하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 법무부에서 시행령을 마련 중이다.
22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준법지원인 제도 관련 자문단인 ‘준법경영 법제개선단’은 23일 6차회의를 열고 제도 도입 대상 기업 범위를 논의해 확정지을 방침이다.
앞서 준법경영 법제개선단은 지난 21일까지 다섯번의 회의를 개최하고 합의를 시도했으나 도입 범위를 놓고 재계와 법조계의 인식차가 커 최종 결정에 이르지 못했다.
재계는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회사에 대해서만 우선 실시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변호사업계는 자산 규모 1000억원 이상의 회사를 대상 적용 회사로 내세운 탓이다.
재계는 기업의 추가 부담을 막기 위해 “제도 도입 대상은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기업 80여곳에 한해 일단 시범 실시를 해보자”는 의견을 낸 상태다.
자산규모가 작은 코스닥협회는 아예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했지만, 상법 개정안이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만큼 이제는 적용 대상에서라도 빼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변호사업계는 “배임·횡령 등 경영진의 비리는 자산규모 500억~5000억원 사이의 기업에서 가장 많다”며 “사외이사 제도 등 도입 기준에 비춰볼 때 자산 규모 1000억원 이상이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 대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500억원 이상 상장회사에 준법지원인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2010년 말 현재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 기업은 915개다. 변호사업계 주장대로 된다면 약 1700여곳 중 절반(53.6%) 가량이 도입 대상인 셈이다.
재계의 요구대로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만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면 변호사업계와 자산규모 차이가 50배에 달한다. 해당되는 기업은 80여개 정도다. 코스닥 기업 중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유일하게 자산 2조원을 넘고 5조원 규모는 없다.
반면 학계와 법무부는 준법지원인 제도를 자산규모가 5000억원 이상인 기업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절충안을 내놓고 있다.
2010년 12월 기준으로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인 상장기업은 316개로 전체 상장기업 1708개의 18.5%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사내변호사의 총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25명과 3명에 불과했다.
준법경영 법제 개선단에 참여하고 있는 박세화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현실적으로 비용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는 기업들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상장법인의 자산규모별 통계나 현 기업 법무팀의 운용상황,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계와 법조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6차회의에서 위원들의 표결이나 단장의 조정으로 결론지을 가능성이 높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다음해 4월 도입될 예정이다.
준법경영 법제 개선단은 박준 서울대 로스쿨 교수(사법연수원 9기)가 단장을 맡고 있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현 변호사와 신흥철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강희철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이 위원으로, 재계에서는 이원선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무, 김홍철 코스닥협회 상무,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이 참석하고 있다. 법무부에서는 김윤상 상사법무과장이, 학계에서는 박세화 충남대 로스쿨 교수가 참석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미애 기자 jiir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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