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이 서울시내의 P호텔 지하주차장에서 이자극 전 금융감독원 부국장에게 1억원이 담긴 돈가방을 직접 전달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씨의 변호인은 "이씨는 강성우 부산저축은행 감사에게 대출을 부탁했을 뿐 금품을 요구한 적은 없다. 돈가방을 열어 금액을 세어보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재판장 이원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씨의 2차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회장은 이씨로부터 직접 1억원을 요구받지는 않았지만 "강 감사로부터 '이씨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전해 듣고 김양 부회장과 셋이서 상의한 이후 1억원이 든 돈가방을 이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간에 1억원의 실체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씨의 변호인은 박 회장에게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조서에 의하면 '이씨가 돈을 요구했다'는 말을 강 감사로부터 들은 적 없다고 진술했던데, 법정에서는 '이씨의 금품 요구를 강 감사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답변했다. 어떤 진술이 잘못된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회장은 "검찰에서 진술할 당시에 긴장되서 기억이 헷갈렸다. 강 감사로부터 '이씨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전해듣고 1억원을 건네기로 결정했다"고 재차 설명했다.
박 회장의 검찰 진술이 법정에서 번복된데 대해 재판장은 "이씨가 강 감사에게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한 것 자체가 박 회장에게는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돈을 건네받을 당시 이씨는 '부탁한 대출 서류가 아니라 무슨 돈이냐'고 물었고, 박 회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니 강 감사와 상의해라'라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그런 대화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 변호인은 "이씨에게 건넨 돈이 1억원이 맞는지 직접 세어봤는가"라고 질문했다.
박 회장은 "강 감사가 돈가방을 나에게 건네면서 1억원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 돈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세어 본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씨의 공판에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에 대한 증인심문은 31일 열리는 3차공판으로 미뤄졌다.
김양 부회장이 이날 오전부터 같은 법원에서 열린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의 공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한데다 김 원장의 공판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진 탓이다.
이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검사 등에서 각종 특혜를 제공해준(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주로 금감원 비은행검사국(현 저축은행서비스국)에 근무하며 저축은행의 관리·감독 및 검사 업무를 담당해온 이씨는 새론상호저축은행 감독관으로 재직하던 2002년 10월경 부산저축은행 감사 강씨에게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1억원을 달라. 앞으로 금감원 검사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관리·감독 업무와 관련해 여러 가지 배려를 해주겠다"고 요구해 박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다.
이씨는 또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은행에 대한 검사 편의제공을 청탁받고 강 감사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하는 한편, 2005년 10월 사업을 하는 처조카 명의로 3억원을 무담보 신용대출을 받고 2200만원의 이자까지 은행 측으로부터 신규대출 받아 대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미애 기자 jiir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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