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갑자기 주변이 환해졌다. 시각은 오후 3시. 한여름 해변의 대낮보다 1.5배나 밝다는 조명이 켜지자 저 멀리서 자동차가 달려오더니 흰색 수입승용차의 측면을 세차게 들이 받았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사방에 흩날리면서 2000cc급 흰색 수입차는 2미터 정도 뒤로 밀려나갔다. 자동차의 속도는 55km.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성능연구소에서는 수입대상 자동차의 측면충돌시험이 한창이었다.
◇ 충돌시험 1회 준비에 2~3일..개당 1억원 인체모형 사용
측면충돌시험은 사람의 옆머리와 갈비뼈를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느냐에 따라 안전도의 단계를 측정한다. 이를 위해 성능연구소에는 하나당 1억원 정도인 임산부와 어린이 모형(더미)을 비롯한 30개의 인체모형이 준비돼 있고, 실험에 투입된다.
충돌시험은 일주일에 2번정도 진행되는데 한번 준비할 때마다 2~3일은 꼬박 걸린다. 각종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꼼꼼한 준비와 사전연구가 필요하다.
이처럼 자동차의 제작결함조사를 위해 자동차의 충돌테스트와 각종 안전기준의 적합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자동차성능연구소의 주된 업무다.
용기중 자동차성능연구소 연구계획실장은 "한쪽면만 박살난 이차는 아까워도 조사가 끝나면 폐차장으로 보내진다"며 "한번 사용했던 자동차를 다시 사용하거나 같은 실험을 또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성능연구소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확산된 토요타 차량 리콜 사태 때 이름을 날렸다.
토요타는 한국에서 판매된 차량이 미국판매 차량과 달리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능연구소는 100일 동안의 자체조사와 완벽한 검증을 통해 리콜을 이끌어 냈다.
1987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성능연구소는 제작결함조사를 주로 실시해왔지만 리콜이 대중화되면서 인력과 비용 부족으로 충돌시험에 필요한 외제차량를 구하지 못해 실험을 못하는 등 곤란했던 적도 많았다.
◇ "성능연구소 신뢰, 리콜 많아져..인원늘었지만 아직도 부족"
그러다 지난해 도요타 리콜사태 이후 여론이 호의적으로 형성되면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성능연구소의 요청 등이 받아들여져 76명이던 연구소 직원은 114명으로 늘어났다. 90명의 연구진과 전문 드라이버 등이 포함된 인원이다.
남궁석완 성능연구소 차장은 "자동차 회사들의 자발적 리콜이 많아진 이유도 그만큼 연구소의 조사를 신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인원이 늘어서 다행이지만 아직도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올들어서만 국산·수입차 등 모두 22번의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의 자발적 리콜이 지속돼 왔다.
이처럼 자동차사가 자발적 리콜을 하는 이유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운전자 등이 자동차의 문제점 등을 제기하면 정부가 안전운행 결함을 확인하는 '제작결함조사'를 실시하는데 그 전에 자동차사가 선수를 치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가 내부조사를 통해 먼저 자발적 리콜을 하겠다고 정부에 보고하면 강제 리콜의 오명을 쓰기 전에 `자발적 리콜`이란 명예(?)를 안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성능연구소에서는 신차 안전도평가제도라 불리는 `NCAP(Nnew Car Assessment Program)`도 시행된다.
충돌시험 등을 통해 자동차 안전도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제작사가 보다 안전한 자동차를 제작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에서 자동차의 안전도를 비교·평가해 발표하는 제도다.
◇ 국내 최대 주행시험장 갖춰..5~6월 각종 행사
자동차의 주행시험도 성능연구소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업무다.
왕복 4km, 직선 2km인 주행시험장에는 9개 시험로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대자동차, 기아차,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성능연구소 등 3곳에 시험장이 있다.
그 가운데 성능연구소 주행시험장이 규모가 가장 커서 고속주행시험에 가장 적합하다. 최고속도 250km까지 고속질주할 수 있다. 시험장의 한바퀴의 거리는 5.04km로 속력이 줄지 않도록 모서리 부분은 45도의 경사로 조성됐다.
현재 시험도로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5년후에는 자동차파크가 들어서게 될 예정이다.
성능연구소에서는 교통안전공단 창립 30주년을 맞아 5월과 6월 두달동안 '녹색 안전운전 실천의 달'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오는 27일~28일 대학생창작 전기차 경진대회가 열린다. 올해 30개의 대학생팀과 번외로 3개의 고등학생 팀이 참가하며, 부대행사로는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자동차 전시 및 시승식이 열린다.
용기중 실장은 "성능연구소는 외국에서도 방문해서 한국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정도로 국가적으로 자부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제작결함조사와 충돌테스트 등 한국 자동차의 안전기준을 완벽하게 판정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