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사료와 배변 패드, 간식 같은 일상적인 지출부터 예방접종과 장난감까지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반려동물이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비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그런데 정작 갑작스러운 의료비 부담을 덜어줄 펫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2~3%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1개 손해보험사의 펫보험 보유계약은 30만7115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50.1% 증가했습니다. 신계약도 7만8253건으로 1만5000건가량 늘었습니다. 펫보험을 새로 내놓는 보험사가 늘고 신규 사업자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도 점차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는 속도만큼 펫보험이 대중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가입자는 여전히 적기 때문입니다.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데다 실제 병원비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을지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험 대신 적금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습니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저조한 가입률의 원인으로 불투명한 진료비 체계를 꼽습니다. 동물 진료의 경우 같은 질환이나 치료라도 병원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큽니다. 진료 내역이나 영수증 양식 역시 통일돼 있지 않아 보험금 지급 규모와 손해율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보험료와 보장 수준을 설계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최근에는 그나마 진료비 투명화 조치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진료비 공개 범위를 개별 동물병원 단위까지 확대하는 수의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아울러 취약계층의 부담을 낮추고 공익적 목적의 동물 진료 항목별 비용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을 담은 수의사법 개정안도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다만 제도 정비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펫보험 자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람 보험처럼 비싸더라도 보험은 들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아직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반려동물 보호자는 "가격 부담도 있지만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가입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커뮤니티나 동물병원에서도 펫보험을 안내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고려하면 펫보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시장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보험 가입 효과와 실제 보장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합리적인 가격 제도와 함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펫보험 상품 개발이 펫보험 대중화의 중요한 조건으로 보입니다.
올해 만3세를 맞은 렉돌 고양이. 이름은 배리. (사진=배희 기자)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